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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작은 사귐

by 코르테오

5년 전, 처음 서행 구간에 왔을 때는 단골들이 많지 않았다. 열 손가락 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소소했다. 다들 어디서 오셨는지 각자의 재능이 남달랐고, 서행구간 안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선보였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서행구간과 함께했다.


서행구간과 함께한 지 4년째에 나는 수업에 설 수 있었다. 서행구간에 오는 가족분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고, 내 전문 지식을 접목한 노트 만들기를 진행했다. 이런 자리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뿐만 아니라 서행구간과 함께했던 몇몇 가족들은 서행구간에서 진행한 이벤트의 호스트 또는 MC로 활약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나는 서행구간이라는 공간이 계속 지속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서행구간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선생님과 많이 사귀면 되는 일이었다.


어느 날, 서행구간 선생님은 서행공간이라는 이름으로 2호점을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무모했지만 선생님이 생각하신 것이니 어떻게든 될 거라는 믿음도 공존했다. 하지만 꽤 오래 걸릴 것 같았던 서행공간은 어느새 개원일까지 한 달도 안 남을 정도로 빠른 진행률을 보여줬다. 2호점을 낼 공간도 찾기도 어려운데, 그 공간을 운영할 인원을 언제 다 생각해서 모집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나는 궁금했다. 이것은 단순히 경험의 문제인지, 아니면 운의 요소가 많아서 가능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선생님은 통섭을 적용하신 거였다.


선생님은 내게 지혜는 내가 축적한 지식을 정확한 지점에 전달하는 거라고 하셨다. 통섭은 지혜와 비슷하게 각기 다른 지식을 통합해서 실현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그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정보를 자신의 프로젝트에 적용한 것이었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부동산에 일하시는 가족분과 상의해서 건물을 알아보고, 서행구간에서 행사를 진행했던 가족 중 운영에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구하셨다. 개개인은 독립적인 존재였지만 선생님은 통섭을 통해 서행공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적용을 하신 것이었다.


이런 통섭은 생각보다 어렵다. 일반 회사에서는 동료의 사적인 사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깊숙이 그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없고, 그저 회사에 주어진 일과를 받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가진 지식과 동료가 가진 지식 그리고 서로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모른 채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음에도 그런 기회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통섭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하지만 서행구간이라는 공간은 독립적인 개인들이 모여 서로를 알아간다. 작은 사귐으로 시작된 우리의 응집력은 깊은 대화를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내가 가진 지식을 상대에게 제시할 수 있는 지혜의 집합소가 될 수 있다. 오랜 시간 축척된 가족들의 정보는 서행공간까지 파생된 것이다.


서행구간의 통섭은 오래 다닌 내겐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나도 선생님처럼 지혜롭게 나의 꿈을 펼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되묻지만 아직은 내겐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다. 하지만 나비효과처럼 서로를 알아가는 작은 만남이 바탕이 되어야 큰 물결을 만들 수 있음을 알기에 내게 결여된 사회성과 유연성을 꾸준히 배워나갈 것이다. 사회 공헌. 서행구간에서 알려준 가르침을 이루기 위해 지식의 통섭 과정을 서행구간과 함께 달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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