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4 대구 서문시장
대구 토박이 친구가 말하길 대구에 오면 필히 서문시장에 가야한다고 했다.
서문시장은 조선시대부터 시작한 전국 3대 장 중 하나로 의류, 식자재, 농기구며 온갖 유명 먹거리가 모여있는 곳이다.
식도락의 도시 대구에 유명한 음식이 얼마나 많은가 보니 오뎅, 납작만두, 야끼소바, 돼지국밥, 막창, 칼국수 등 삼일 내내 먹어도 될 만큼 다양하다. 천천히 돌아보며 한참을 구경했다.
“국수 잡숟고 가요~”
나를 홀리듯 자리에 앉히게 한 목소리다. 오래된 국수 집 사장님이 하던 멘트인데 뒤로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눈을 마주치곤 말을 붙였다.
시장 안에서도 구석진 곳에 자리한 이 노포에서는 잔치국수만 판다. 사장님 두 분이 분주하게 국수를 삶고 육수를 끓이고 설거지를 하기를 반복했다. 한 그릇 3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단골들도 많은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자리에 앉는다.
사실 바쁘면 정신도 없고 말 거는 사람도 귀찮을 법 한데 사장님은 그 와중에도 손님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로 응대한다. 목소리에 웃음이랄까 긍정적인 사람 특유의 분위기가 섞여 있는 느낌.
나갈 때 잘 먹고 갑니다-라고 하면 아무리 바빠도 고맙습니다- 조심히 가이소- 라며 미소 짓는다.
따끈한 국수를 비워내고 나가며 나도 살짝 웃었다.
먹자여행, 식도락여행 같이 ‘미식’이 여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요즘 맛집은 사람들 초유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나도 여행 가기 전 OOO맛집을 즐겨찾기 해놓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런데 ‘미식’은 한자로 맛 미가 아닌 아름다울 미 자를 써서 직역 하자면 아름다운 음식인 셈이다.
음식은 어떻게 아름다운 것이 될까?
하교 후 친구들과 먹었던 학교 앞 떡볶이, 시험을 망치고 집에 가는 길 사먹은 붕어빵, 야심한 저녁에 형제들*과 먹는 치킨, 비 오는 날 엄마가 부쳐준 부침개, 이사 후 한숨 돌리며 먹는 자장면까지.
기억 속에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는 맛은 음식 뿐이 아니다.
함께했던 대화와 웃음들, 안도감, 그리고 슬픔까지도 ‘맛’이 되어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는다. 우리는 그 감정의 ‘맛’을 떠올리며 음식을 먹는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국수집의 따뜻함은 내게 오래도록 대구의 맛으로 남을 것 같다.
*간혹 헷갈려하는데 형제는 성별을 떠나 맏이와 아우를 뜻하는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