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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Aug 21. 2023

노년의 글쓰기와 청년의 글쓰기의 차이


젊은 시절에 글을 쓰던 것과 나이를 한 참 먹었을 때 글을 쓰는 것의 차이는 어떨까? 확실히 그 둘이 다를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특별히 생각하지는 않는다.



첫번째는 그 둘 간의 글쓰기 방식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젊은 시절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전망을 감상적으로 쓰는 경우들이 많지만, 노년은 그동안 살아 오면서 수많은 경험을 기억에 의해 구체적으로 쓰는 경우들이 많을 것이다. 감상적인 기대와 현실적인 기억 간의 차이는 느낌 만으로도 차이가 크다. 가령 사랑이란 주제는 젊은이나 노인 모두가 관심을 갖는 보편적인 주제이다. 이 사랑을 가지고 글을 쓸 때 젊은이와 노인간의 차이가 확실할 수 있다. 사랑에 대해 아직 경험이 적은 젊은이는 그것을 막연한 감상과 환상을 가지고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기 고백적이고 주관적인 글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노인이 사랑을 쓸 때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가 직간접적으로 만나왔던 구체적인 여성들과의 여러가지 사랑에 대해 쓸 수 있고, 그들을 좀 더 냉정하게 비교하면서 쓸 수도 있다. 이점에서 동일한 주제라 하더라도 글을 쓰는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소재 상의 차이도 클 것이다. 아무래도 젊은 시절에는 제한된 경험 탓에 주제 역시 성장이나 미래 전망, 사랑과 고통 등 주관적 체험에 한정되고, 그 양도 적을 것이다. 반면 노년은 수십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은 소재들이 수도 없이 많다. 만약 이런 소재들을 글쓰기의 재료로 삼는다면 노년의 글쓰기가 젊은 시절의 글쓰기보다 훨씬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소재가 때로는 장애가 될 수가 있지만, 글을 쓰는 데 풍부한 소재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성취의 열망이 크기 때문에 글을 쓰려는 욕구도 강하지만, 노년에는 이런 열망 자체가 사그라져서 자신들이 지닌 보석 같은 경험들을 먼지 낀 기억의 창고 속에 방치해두는 경우들이 많다. 젊은 이들이 소재나 경험 미숙으로 몇 배의 고생을 하는 반면, 노년은 약간만 신경쓰고 노력을 한다면 풍부한 소재 경험으로 훨씬 더 유리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노년에는 살아온 캐리어 만큼 시야가 넓고 깊이에 대한 성찰도 가능하기 때문에 글 자체도 그만큼 무게를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년의 글쓰기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 뿐만 아니라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살면서 특별히 기억하고 싶었던 추억 등 여러가지로 지나온 삶에 의미를 풍부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돈이나 권력 등 이른바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욕구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시간이 없었지만 노년에는 그 모든 것들을 반추하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아무리 대단한 경험을 겪었을 지라도 의미 부여가 없다고 한다면 참으로 그것의 의미는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란 말이 있듯, 어떤 일을 했다는 것 이상으로 그것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느냐를 생각하는 일도 중요하다. 때문에 힘들고 거친 오랜 삶을 살아 왔으면서 아무런 의미 부여도 하지 못하고, 후손들한테 전해줄 것도 없고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자체가 불행하도고 할 것이다.



나는 이런 의미 부여에는 글쓰기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글은 말의 즉흥성과 달리 생각을 하는 간접적인 일이다. 글은 사람의 생각의 정확성을 요구하고, 그것을 쓰는 과정에서 반성과 성찰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때문에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정신적 수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글은 오늘 날 같은 고령화 시대에 시간을 보내기도 아주 좋다. 글을 쓰느라 끙끙 대다 보면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글은 노년의 관찰력을 높이기 때문에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탐구의 열정을 되살릴 수 있다. 글쓰기는 다른 운동이나 여행과 달리 돈도 들어가지 않고, 번거롭고 소란한 세상을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오딧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후 10년의 방황을 한 후 고향 이티카로 돌아와서 노년의 삶을 반추했듯, 우리 자신도 노년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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