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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Aug 21. 2023

노년의 글쓰기는 어떻게 하나?


'노년의 글쓰기'를 이야기하다 보니 연작이 되고 있다. 앞의 글에서 나는 '글쓰기가 가질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설했다. 이번에는 "글을 어떻게 쓰나?"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만 막상 자신이 글을 쓰려고 하면 다른 어떤 일보다 쉽지 않다.



나는 글쓰기를 배우는 법이 운동을 배우는 법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앞서 당구를 예로 들었기 때문에 글쓰기와 당구를 연결시켜 보자. 당구를 처음 어떻게 배울까? 대부분은 친구들 따라서 당구장에 드나들면서 배우기 시작한다. 글쓰기도 혼자 하기 힘들면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구를 배울 때 무조건 주먹 구구 식으로 배우기 보다는 고점자의 교습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교점자는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세를 잡고 큐대를 잡는 간단한 기술부터 시작해서 공의 각도와 회전 타구 그리고 쿠션을 보는 시각 등을 일목요연하게 가르쳐 줄 수 있다. 비용을 이유로 피할 수도 있겠지만 목적지에 빠르게 가는 데는 훨씬 교습이 효율적이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데도 처음에는 동료들과 함께 교습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함께 하면 그만큼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고, 글을 쓰는 일이 고통 보다는 재미를 느끼기에도 좋다. 경험이 많은 선생을 통해 글의 소재, 글쓰는 방법 등을 차근 차근히 배울 수 있다. 한 달 정도만 해도 충분히 글을 독립적으로 쓸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당구의 교습자와 마찬가지로 글쓰기 선생이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날에는 인터넷이나 인문 공동체를 통해 얼마든지 선생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단 간단한 글쓰기 방법에 대해 교습을 받은 다음 자신이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무엇을 쓰고 어떻게 써야 할까? 나는 먼저 매일 같이 자신이 경험하고 자신에게 떠오르는 것들을 중심으로 기록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글은 처음부터 추상적으로 쓰면 발전이 없다. 구체적인 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글쓰기를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된 일로는 매일 같이 다이어리(diary)를 쓰는 것이 좋다. 처음 부터 남의 일이나 사회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다 보면 글도 산만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글쓰기에서는 쓰고자 하는 동력, 다시 말하면 열정이 중요하다. 이런 열정을 매일 매일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는 데 쓰다 보면 흥미도 느끼고 차츰 차츰 글을 쓰는 요령도 생긴다. 마치 초보 운전자가 라이센스를 딴 후 도로에 나갔을 때 처음 부터 먼 길을 갈 수 없는 것과 같다. 도로 운전은 자기가 교습을 받았던 상황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는 익숙한 집 주변의 짧은 거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며칠 이렇게 하면서 차츰 거리를 넓혀 나가다 보면 도로의 신호등, 다른 운전자들의 움직임, 자기 차를 제어하는 능력이 조금씩 향상돼가면서 늘어날 수가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같이 일기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다 보면 서서히 글을 쓰는 능력도 향상되어 감을 알 수가 있다. 매일 매일의 일상은 늘 끊어지지 않는 글쓰기 소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더 자기의 삶과 생각을 관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과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일단 이런 정도의 준비를 했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실전 글쓰기를 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글의 소재다. 운전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운전 기술 이상으로 도로에 대한 숙지다. 잘 아는 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것과 전혀 낯선 도로에서 운전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나중에 숙련자가 되면 그런 도로 상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초보 운전자에게는 도로 상황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글쓰기에서도 자신이 잘 아는 주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모르는 문제를 쓰다 보면 횡설수설하고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 쓰고 나서도 자신이 무얼 썼는 지를 모를 때도 있다. 이런 글쓰기는 최악이다. 자신의 이런 상황은 자기 이상으로 그 글을 읽는 타인이 훨씬 빠르게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당황하게 되고, 챙피하다는 느낌도 든다. 마치 초보 운전자가 간단한 접촉사고에도 크게 당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중에는 별 것도 아니지만 처음 경험하는 자그만 접촉 사고도 초보 운전자에게는 큰 어려움을 줄 수가 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런 시선 앞에서 챙피하다는 느낌을 받다 보면 계속 글을 쓰기가 힘들어 질 수 있다. 이런 실패의 경험을 하다 보면 글쓰기가 자기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기가 잘 아는 주제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일상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문제, 내가 매일같이 대하는 사람들, 내가 매일 하는 일등과 같이 내가 잘 알고 있고, 생각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내 주변에 널려 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몰랐지만 그런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주제에 대한 관찰력도 높아지고, 생각도 깊어지고 시야도 넓어질 수 있다. 한 마디로 사물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는 것이다.



종종 글을 쓰다 보면 나르시스적 경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물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빠진 그리스 신화 속의 나르시스트 처럼 자기 글에 스스로 빠져 버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무조건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기의 글을 좋아하고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지다 보면 발전이 없고, 자신의 실력이 어디 쯤에 있는 지를 판단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럴 때는 타인의 시선과 판단이 중요하다. 초보 운전자가 운전에 재미를 부치면서 기량도 늘어나다 보면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것이 지나치다 보면 자만 감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숙련자의 점검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는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의 기량과 역량 등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적절한 평가를 재줄 수가 있다. 이런 타인의 평가는 참으로 중요하다. 종종 동굴 속에서 맹렬 정진 참선을 하다가 깨쳤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무엇보다 앞선 경험을 한 구루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선생이 그 경지를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자만심은 위험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글쓰기 역시 타인들이나 선생의 첨삭과 평가가 필요하다. 이런 첨삭과 평가를 통해 자신의 글쓰기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가 있다. 처음 배우는 상태에서 이것을 직접 하다 보면 글쓰기 기량이 한결 빠르게 늘어날 수가 있다. 자기 역시 타인의 글을 읽으면서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부가적인 장점도 있다. 한 마디로 크로스 체킹같은 평가를 통해 나르시스의 함정을 벗어날 수도 있다.



글쓰기를 배우는 일은 다른 기술을 배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꾸준히 반복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를 만큼 커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 순간 글쓰기가 자신의 인격을 성장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글쓰기에도 왕도가 따로 없다." 매일 매일 일상의 일을 하듯, 꾸준히 열심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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