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문제 때문에 연대 앞 독수리 다방을 들렀다. 오랜만에 오는 곳이다. 이 동네를 오랫동안 다녔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다 바뀌어서 익숙한 곳이 별로 없다. 그나마 건물은 달라졌지만 ‘독수리 다방’이라는 익숙한 이름을 달고 다방이 아니라 카페 형태로 영업하는 곳이다. 약속 시간에 맞춰서 이 건물의 8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여니까 젊은 이들이 하나 가득했다. 예전처럼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지금은 너도 나도 노트북을 켜놓고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내가 오래전에 번역한 책 <나의 노년의 기록들>의 재출간 계약을 한다. 내가 두리번거리면서 사람을 찾으니까 편집부 여직원이 아는 체를 한다. 이곳에서 한 시간가량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3시 조금 지나서 헤어진 다음 다시 대학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교내의 간이 매장에서 점심을 대신해 빵과 음료수 한 잔을 주문해서 먹고,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뺐다. 비교적 간단하게 일을 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상당히 힘들다. 졸음운전을 간신히 참고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그냥 15 분 정도 잠을 잤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 증상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몸살 기운이 있어서 평소 보다 일찍 10시쯤 잠을 잤다.
오전에 운정의 한 병원에 가서 고혈압 약과 당뇨약을 타기 위해 피검사와 진료를 받은 다음 약을 탔다. 코로나가 거진 끝나가도 병원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손가락 관절염 때문에 늘 하던 대로 한방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한방 병원은 마스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혹시 몰라서 마스크를 하고 들어갔다. 이곳에서 침을 맞은 다음 30분가량 누워 있다가 나왔다. 마침 12시 반을 거진 넘긴 시간이라 집 근처의 음식점으로 가서 순댓국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도 약간 무력감은 들었지만 코로나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생각을 집중하기도 힘들어서 TV를 켜놓고 영화를 봤다. 평소와 달리 영화 내용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저녁 시간이 되면서 몸이 여기저기 쑤시면서 힘이 많이 드는 것 같다. 혼자 저녁을 챙겨 먹은 다음 아내가 준 감기 몸살약을 먹고서 그냥 쓰러져 잤다.
이날 밤 잠을 자면서 내내 끙끙 앓았다. 온몸이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겉처럼 안 쑤신 곳이 없다. 머리가 아프거나 기침과 콧물은 없고, 오로지 근육통만 심했다. 오래전 몽골에 있을 때 몽골 독감에 걸려 이틀을 혼자 침대에 누워 앓던 기억이 났다. 그야말로 식음을 전폐한 상태에서 누워서 이틀 동안 잠만 잤다. 만일 그때 가끔씩 나가던 한인 교회의 사모가 연락을 주지 않았더라면 더 심하게 고생했을 것이다. 목사 사모가 지어온 감기약과 여러 가지 먹거리 때문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지금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다. 간신히 아침을 먹고 나니까 아내가 위기 상황임을 느꼈는지 코로나 간이 테스트를 했다. 그랬더니 빨간 줄이 2개가 보인다. 아뿔싸, 결국은 코로나에 걸렸구나. 그 엄혹한 시절에도 한 번 안 걸리고 잘 버텨 왔는데, 터널을 거진 다 나온 지금 완전히 ‘철 지난 코로나’에 걸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