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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Aug 21. 2023

노년의 글쓰기, 셋

글쓰기의 효과


글을 쓰면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효과가 오는가? 이 내용에 관해서는 간간히 언급한 바도 있지만, 여기서 총괄적으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글쓰기가 꼭 어떤 목적 의식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쓰다 보면 부수적인 효과 때문에 더 열심히 글을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글쓰기는 노년의 치명적인 병인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양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아내 이야기로는 제일 다루기 힘든 환자는 몸이 건강하지만 치매로 들어오는 환자라고 한다. 한 번은 체육관 관장이 들어왔는데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과거 경력이 화려했던 분들이 치매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치매는 정말 무서운 병이라 할 수 있다. 한 인간의 정체성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기억인데, 그것이 깡그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이런 치매 예방에 글쓰기가 최고이다. 글을 쓰려 하면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뇌에 자극을 주고, 글을 쓰기 위해서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치면 그게 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좋다. 손가락과 뇌가 연동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글을 쓰다 보면 느슨해진 뇌의 시냅시스들이 활발하게 연결이 되면서 뇌의 활동도 훨씬 늘어나기 때문에 치매가 파고 들어올 여지가 없다. 한 마디로 글을 쓰다 보면 생각 이상으로 부수적인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실제로 글을 오래 쓰는 분들이 장수하는 경우는 아주 많다.




둘째, 글은 말과 달리 정확해야 한다. 말이 부정확하다기 보다는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글은 특별히 녹음하지 않는 한 말과 다르게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아무 이야기나 아무렇게 쓸 수가 없다. 때문에 글을 오래 쓰다 보면 정확한 사고를 할 수가 있다. 그리고 글 자체가 말과 다르게 정확한 사고를 요한다. 오늘 날 처럼 근거 없는 sns가 범람하는 시대에 정확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흔들리지 않는다. 글을 쓰다 보면 글자 한 자 한 자를 생각하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싸잡아서 선동하는 글 자체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선동하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체로 글쓰기가 그런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글은 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생각을 필요로 하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거리를 탐구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면서 선순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글쓰기가 정신 건강에 아주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셋째, 글쓰기는 대인 관계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필요 조건으로 친구를 든 적이 있다. 그가 아무리 재력과 권력을 많이 가지고 있고 사회적 신분이 높다 해도 주변에 속을 터 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고 한다면 그를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고령화 사회가 점점 일반화되어 가는 오늘 날 고독사는 사회적 질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대인 관계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이 안 좋아서 피하고, 돈이 없어서 피하고, 자랑할 게 없어서 피하다 보면 어느 새 자기 주변에 남아 있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진다. 이런 현실을 알고 뒤늦게 연락을 취해볼 생각을 가지려 해도 그것이 쑥스러워 그만두게 된다. 고독사는 이런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글을 쓰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그만큼 소통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더 잘 소통이 이루어지게 되고, 대인 관계도 원만해지게 된다. 글은 나이를 먹을 수록 자랑할 게 없는 현실에서 자존감을 높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을 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배려심도 늘어나기 때문에 글은 나이를 먹을 수록 더불어 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효과들은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것들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얻는 부수적인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런 부수적 효과들이 쌓이다 보면 글쓰기에 더욱 분발하게 된다.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에도 강력한 동인이 있어야 하고, 만족과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어거지로 글을 쓰거나 그 과정이 너무 힘들면 글을 오래 쓸 수 없다. 반면 부수적인 긍정적 효과가 쌓이다 보면 더욱 글을 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무튼 노년의 글쓰기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나이를 먹을 수록 글쓰기를 생활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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