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라는 이름은 유기견 센터에서 지어 준 이름이다. 새롭게 이름을 지어줄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이 친구에게는 두 번째 이름이었을 텐데 또 다른 이름을 지어서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았다.
토미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 오빠와 나는 이 친구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변훈련을 바로 시작했다. 같은 공간을 함께 써야 하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에서 이 부분은 꽤나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성견이 되어버린 녀석이지만 한두 번 만에 바로 화장실을 기억하고 화장실에서만 배변을 누는 모습을 보며 오빠와 나는 아주 똘똘한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똘똘한 친구에게 본능이 하나 있었으니 토미는 수컷이었다. 땡칠이는 암컷이었기에 이런 곤란함을 몰랐는데 수컷 강아지의 본성은 영역표시가 꽤나 중요한 일상이었다. 집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니 토미는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영역표시를 하기 시작했고 내 방부터 거실 그리고 강아지 데려오는 것을 격하게 반대했던 부모님의 안방까지 침범을 하게 되었다. 한두 번이 아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토미의 쉬를 발견할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굉장히 노하신 상황이 되었다.
오빠와 나는 이 친구와 우리 가족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서 영역표시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훈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안돼"라는 정도로 이야기를 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오빠는 강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신문지를 말아서 통통 두드리며 토미의 엉덩이를 탁 때렸다. 그 순간 토미는 "왕왕" 하더니 신문지를 물었고 그다음은 오빠의 손을 물고 말았다. 오빠의 손에는 토미의 이빨 자국과 함께 빨간 피가 고였다. 오빠는 아프기도 했지만 많이 당황스러워했다.
그 훈육의 사건 이후로 오빠는 토미에게 적대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내 방에서 같이 생활을 하던 토미는 오빠가 내 방 문 앞에만 와도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으르렁 거리는 순간들이 계속 쌓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오빠와 적대적인 관계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토미를 집으로 데려온 건 오빠였는데, 오빠는 토미의 제일 적대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오빠는 여전히 토미를 좋아한다. 또 물릴까 봐 덜덜 거리면서도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 잠깐 해주는 환대의 순간에 이 친구의 눈치를 보며 "예쁘다 예쁘다" 표현해 준다.
토미는 그 이후로 뭐가 마음에 안 들 때마다 입질을 하기 시작했고 오빠에게 하던 입질은 이제 온 가족을 향해서 하게 되었다. 나와는 그래도 가장 좋은 관계였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안 들면 누나에게도 으르렁 거리는 토미였다. 훈육의 사건이 그렇게 큰 것일까? 생각하기에는 이제는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입질과 특히 오빠에게 보이는 큰 적대감과 집에 오는 손님들중에 유난히 남자 사람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토미를 보면서 우리 가족들은 함께 생각했다. 아마 유기견이었던 이 강아지의 삶 속에 남자 사람과는 좋은 기억이 없었으리라. 오히려 남자 사람에게 큰 상처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토미는 "사나운 강아지"로 받아들이고 살게 되었다.
토미와 함께 산지 5년이 지나고 엄마 아빠가 강릉으로 내려가면서 새로운 동물병원에 가게 되었다. 강릉에서 처음 만난 동물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는 조심스러운 나의 모습을 보고 "왜 주인이 겁을 먹느냐?" 질문을 하셨다. 워낙에 토미가 사나운 개라서 그렇다고 대답을 했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한참 토미를 보시더니 "아니요. 이 강아지는 사나운 개가 아니에요. 이 강아지는 겁이 많은 개예요."라고 답변해 주셨다.
그때서야 입만 으르렁 거리고 덜덜 떨고 있는 다리가 새삼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너의 사나움은 세상 누구보다도 불안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세상 성질 사나운 강아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들였던 토미는 세상 겁이 많은 강아지였다. 그 작은 몸으로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사나운 척 공격한 건 그만큼 지켜야 할 상황 속에서 이 강아지가 사나운 강아지로 보이게 만들어진 거 같았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정의해 버린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숨겨왔던 너의 본성은 '사나움'이 아닌 '겁쟁이'였다. 이제는 네가 으르렁거려도 무섭지 않다. 오히려 네가 측은하고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