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는 '기능 최소화' 경보 중
오늘도
고요히 비워지는 내 안의 잔.
하루의 무게가 맴도는 그 자리.
언제부터였을까..
타인을 향한 온기가 번질수록
내 안의 공허는 깊어만 간다.
습관처럼 내어준 마음이
오늘의 첫 피로가 된다.
조용히 텅 빈 숨을 들이마시듯,
나는 나를 다시 돌아본다.
“아니, 내 배터리는 맨날 왜 이래?”
분명 좀 전까지 만땅이었는데,
금세 붉은 경고등이 뜨고야 만다.
혹시,
내 영혼에 도둑 배터리라도 숨어 있는 걸까?
공감 배달의 민족
나는
‘공감 배달의 민족’ 우수 회원이다.
친구의 넋두리에는
내 에너지를 Wi-Fi처럼 열어주고,
동료의 위기에는
내 시간을 LTE처럼 쏟아 부어준다.
밤이 되면 방전된 채 쓰러져
“공감 배달 완료!”를 외쳐댄다.
정작, 나의 감정 창고는 텅 비어
공허의 에어백만 가득하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말했다,
“참, 희한해.
'비로소 나' 너는 사람 얼굴만 봐도
금방 마음을 다 알아채고 공감해 주더라."
"그런데 말이야... 너는 괜찮은 거야?"
사실 내 안의 영혼은 진작부터....
늘, 이미, 항상 잔고 부족 상태였다.
나의 우주는 '기능 최소화' 경보 중
나는 태생부터
‘인류애 만땅’ 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눈물에
나의 가슴엔 홍수가 나고,
누군가의 한숨에도 어깨가 축 처진다.
공감 근육은 프로 보디빌더급.
문제는 이 근육이 내 에너지를 모두 빨아들이는
‘감정 진공청소기’가 되었다는 것.
결국, 방전된 나는
타인의 고민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나의 ‘기능 최소화’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인류애는 만땅인데,
내 감정 배터리 잔고는 늘 텅장이다.
알고 보면 나도, 그냥 '충전재'가 아니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소중한 ‘인간 그 자체’인데 말이다.
'공감 과다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남의 기분 알아차리다가
나 먼저 방전되는,
‘공감 과다 증후군’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나를 돌보는 것은
이기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선행을 위한
‘스마트폰 절전 매뉴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나를 돌보는 절전 매뉴얼
① 배터리 광탈 방지 모드로의 전환
스마트폰 배터리가 50% 이하가 되면
누구나 냉정하게 절전 모드를 켠다.
화면 밝기를 줄이고, 불필요한 앱을 끈다.
하지만 ,나는 감정 배터리가 5% 일 때도
‘SOS 카톡’에 빛의 속도로 반응해 주었다.
내 마지막 1%를 영혼까지 털어 넣었다.
최근에야 깨달았다.
내 감정 잔고 50% 미만은
‘경고’가 아니라 ‘강제 휴식 알림’이라는 걸.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아래와 같이 시행한다
*비행기 모드 30분:
누구의 고민도 받지 않는 멍 때리는 시간이다.
*화면 밝기 최소화:
타인의 드라마를 끄고 오로지 내 마음의 무대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이 '절전 모드’ 덕분에
나는 더 이상 남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
소중한 ‘내 인생의 주인공’ 임을 상기한다.
② 공감은 숙박권이 아니라 '입장권'이다
예전에는
친구의 감정이라는 축제에 초대받으면,
슬픔이라는
텐트에 아예 짐을 풀고 며칠을 숙식했다.
아예 ‘숙박권’을 끊은 셈이었다.
그런데
공감은 '입장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되,
축제가 끝나면 내 집으로 돌아와
내 침대에 눕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입장권: “네 마음이 이해돼. 많이 힘들었겠다.” (진심 전달)
*숙박권: “네 문제 때문에 나도 오늘 잠을 못 자.” (셀프 고문 금지)
진정한 공감은
상대방의 짐을 함께 들고 쓰러지는 게 아니라,
내 짐을 내려놓을
‘나만의 고요한 자리’를 지키는 것부터 시작이다.
③ 나에게 가장 먼저 '나이스 투 미츄'
타인에게는
그렇게 다정하게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왜 그리 무심했을까?
나를 가장
몰아세운 건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이제부터는
나에게 가장 먼저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해주자.
“나이스 투 미츄. 오늘 고생 많았어.
남은 에너지는 오직 너를 위해 쓸 거야.
물론 다 써도 괜찮아.”
모두를 향한 토닥임
나를 돌보는 일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나의 배터리를 ‘절전 모드’로 ㅣ
돌리는 작은 의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인류애 만땅, 잔고는 텅장’이라는
고단함에 깊이 공감하는 당신에게
이 ‘절전 매뉴얼’은 나를 위한 가장 따뜻하고 현명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애(Self-love)는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야말
지속 가능한 다정함의 출발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오늘 자신에게
가장 먼저 “나이스 투 미츄”를 외치며
넉넉한 위안을 얻으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를 품는 그 마음의 결이 단단해야,
세상의 결도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 안을 수 있을 테니까요.
다정함에도 충전이 필요하다.
공감은 머무름이 아니라 들름이다.
"오늘의 다정함을 지키기 위해, 나의 우주는 잠시 기능 최소화 중이다."
by《숨,그 결로 나를 품다》 biroso나
내 마음의 비행기 모드는, 나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숨입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짊어지고 계시나요?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세요.
자신을 먼저 품어줄 때,
세상은 다시 나에게도 다정해집니다.
《숨, 그 결로 나를 품다》는 삶의 결이 거칠어질 때,
잔잔한 일상 속에서 지치지 않는 다정함의 온도를 함께 배웁니다.
#감정배터리 #공감의경계 #자기돌봄 #절전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