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물을 끓이기 시작한 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쳐 돌아온 하루 끝에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던 날이었다.
차갑게 식은 마음을
그저 잠시 덥히고 싶었다.
물을 데우는 동안
주방엔 소리 하나 없다.
주전자 안에서 이글거리던 물이
조금씩 소리를 키우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동안, 나도 조용히 숨을 고른다.
그리고 살며시
찻잎을 우린다.
그 작은 잔 안에서
잎들이 천천히 몸을 푼다.
스스로를 펼쳐 보이며,
이내 따뜻함 속에 잠긴다.
나는 그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본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좋고,
속마음을 다 풀어내지 않아도
오늘 같은 날은
그저 곁에 있는 온기가
내 마음을 다 안아줄 때가 있다.
찻잔 위로 김이 오른다.
잔 안에 담긴 건
차가 아니었다.
그건
잠시 마음을 놓아둔 시간이었다.
나는 오늘, 그걸 마셨다.
조금 식은 마음과
조금 따뜻한 숨 사이를.
그저 그 온기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를 뿐이었다.
"마음은 오늘, 차처럼 천천히 우러나고 있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수요일과 일요일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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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엄마의 숨》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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