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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걸어둔 하루〉

10화 잘 말린 하루는, 잘 자란 마음이 된다

by 숨결biroso나



세탁기 소리가 멈췄다.

소리를 따라 베란다 문을 열었다.


덜 마른 공기 속으로

팔을 뻗어 하얀 티셔츠 하나,

면 잠옷 하나를 조심스럽게 털었다.


빨랫대에 하나씩 옷을 걸어두며,

오늘을 잘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실감한다.


물기 섞인 천이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

햇살을 받은 금속 빨래집게의 따뜻한 감촉.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조용히 끌어안고 있다.


베란다는 늘 바깥과 안쪽 사이 어딘가에 있다.

나는 그 사이에 서서

하루를 잘 털고, 걸고, 널어놓는다.


삶이란,

어쩌면 젖은 옷이 마르는 속도만큼 느린 것.

급할 것 없는 하루의 숨결이

이 작은 공간에 머물고 있다.




“잘 말린 하루는, 잘 자란 마음이 된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수요일과 일요일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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