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시간
슬픔은 종종 알 수 없는 발걸음으로 다가와,
어느새 곁에 있곤 한다.
나는 쫓아내려 애쓴다.
빨리 이겨내야 한다고,
금세 괜찮아져야 한다고,
마음을 다그친다.
그럴수록 더 단단해졌다.
억지로 외면한 감정은,
늘 마음 한구석에 더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언젠가부터 할 수 없이
슬픔과 함께 걷는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슬픔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이 두려웠다.
그렇지만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옆자리에 두었을 때,
나는 오히려 조금 가벼워졌다.
슬픔은 속삭였다.
“나는 너를 해치러 온 것이 아니야.
그저 너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이야.”
그 말을 믿기로 했다.
그 후로 나는 슬픔과 함께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주말 아침, 운동화 끈을 매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오늘은 같이 걸어보자.”
가장 가까운 공원까지 천천히 걸었다.
길가에 핀 작은 꽃을 보고도,
오래된 벤치에 앉아 있던 노인을 보고도
슬픔과 함께 눈길을 나눴다.
익숙한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라테를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컵을 감싸 쥐었다.
그 순간도, 슬픔은 내 옆자리에 조용히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슬픔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함께 있도록 허락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슬픔도 조금 지친 듯 발걸음을 늦춘다.
어느 날은 나보다 조금 뒤처지기도 한다.
나는 기다린다.
굳이 서둘러 멀어지지 않기로 했다.
슬픔과 오래 걷는다는 것은,
그 감정이 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 기대하기보다,
그저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 여기는 것.
그러다 문득,
슬픔이 아닌 다른 감정들이 나를 찾아온다.
햇살이 고요히 스미는 오후,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
오래 듣지 못했던 웃음소리.
그때 나는 안다.
슬픔이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슬픔을 품을 만큼
조금 더 넓어진 것이라는 걸.
오늘도 나는 슬픔과 함께 걷는다.
걷는 법을 잊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슬픔도 언젠가는,
내 안에서 다정한 기억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