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가능성

by 엄면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쉽게 말로 옮겨지지 않았다.

말하는 순간 너무 가벼운 선택처럼 들릴까 봐 나는 그 생각을 오래 혼자만 품고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자는 말은 표면적으로 보기엔 어쩌면 아이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쉬운 해답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책임'이라는 무거운 감정을 두고 생각해 보면 외로움을 잠시 달래주는 존재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 강아지의 수명은 인간보다 확연히 짧은 편이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높은 확률로 아이보다 먼저 떠날지도 모를 존재.

그 시간을 내가,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생명에 대한 책임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잠 못 이루는 밤도, 자유롭지 못한 시간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아픔도.

끝이 있다는 사실까지 받아들이자니 더욱더 신중해졌다.


강아지를 입양하는 일은 사랑만으로, 관심 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결국 아이도 나도 이별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선택이었으니까.

아이는 분명 마음을 다 줄 아이였다.

조심스럽지만 깊이, 뒤돌아 보지 않을 만큼 온전히 모든 걸 쏟아부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그 마음이 혹여 너무 이른 나이에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도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아이가 조금 더 클 때까지 '강아지'라는 단어를 마음속에만 두고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인생이란 것이 정해둔 기준을 늘 지켜주지는 않는다는 걸.

그리고 그 기준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흔들리게 될 거라는 것도.




tempImages8vXsC.heic 우리집 둘째가 집으로 입양 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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