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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Jun 20. 2023

러브와 나, 우리 둘만의 세계

모성을 과대평가 하지 않을 것

  나는 보이는 이미지가 따뜻하거나 해맑다. 대학교 동기들은 아직도 나의 모습을 순수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기억해 주곤 한다. 응원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니 지인들에게 힘들었던 그때 고마웠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런 내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아주 커서 나라면 딸에게 많은 희생을 하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내 자신을 무척 아낀다. 일단 아픈 것이 무서워서 노산 핑계로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출산하려고 10시간 동안 진통하다가 수술했다는 지인들은 나에게 합당한 이유가 되었다. 만삭 때쯤 러브가 엄마 마음을 알았는지 거꾸로 돌아주는 바람에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은 우연일까. 조리원에서는 밤중 수유보다 내 몸부터 챙겼다. 모유를 먹여야겠다는 욕심은 없었을뿐더러, 나는 모유가 많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이런 나의 생각과는 달리 모유량은 가슴 크기와 비례하지 않았고, 조리원에서 모유량 1등이었다. 이제껏 제일 희생한 것이 있다면 러브가 태어난 지 딱 100일이 되는 날까지 밤낮을 거르지 않고 3시간마다 유축기로 모유를 짜낸 것이다. 모유를 개월 수에 맞는 정량으로 먹인 덕분인지 러브는 첫돌까지 우량아의 위엄을 뽐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매일 새벽마다 유축하는 것을 더는 못하겠다 싶었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러브가 모유를 먹지 않기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에 눈물이 났지만 자연스럽게 모유량도 줄어들었다. 나는 분유와 기저귀를 제일 좋은 것으로 선택하여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했다.    


  서른일곱 살에 '엄마'로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줄곧 내 안에서는 나부터 살고 싶은 마음과 죄의식이 맞부딪쳤다. 나는 유명 유튜버의 빠른 육퇴를 위한 육아 비법도 본 적이 없고, 육아 도서를 섭렵하는 것은 더욱 하지 않았다. 수면 교육도, 터미 타임도 의미가 없었다. 얼마 안 되는 모든 에너지를 러브와 나에게 집중했다. 돌이 지난 러브의 걸음이 조금 느린 것을 걱정하는 대신, 내 아이의 647일을 기념하며 처음으로 케이크 촛불 끄기를 성공하는 기쁨을 누렸다. 각종 놀이 교실을 보내는 것보다 평생 남을 둘만의 예쁜 동영상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행복이었다. 제삼자의 간섭 어린 소음으로부터는 완전히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그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예민하게 들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주려고 했다. 나 자체의 모습으로 아이를 대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와 있는 그대로의 서툴고 빈틈 많은 엄마. 힘겨울 때도 있었지만 나의 빈틈은 어느새 러브가 채워주고 있었다.    


  '무조건 이 시기엔 이래야만해' 같은 생각은 다른 아이와의 비교로 이어지고, 곧 아이가 행복해지기 전에 엄마가 불행해진다. 엄마가 불행한 것보단 불완전한 게 백배 낫다. 그렇게 불완전한 엄마임에도 이 세상에서 나만큼 내 아이를 챙겨주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누가 뭐래도 아이에겐 '내 엄마'가 가장 완전한 엄마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무해하고도 기적 같은 아이의 확신을 있는 그대로 행복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니 모성을 지나치게 과대평가 하여 부담주지 말아주세요.  


러브의 647일을 기념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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