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젖병 대장정
일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너무나 다른 두 딸.
첫째는 엄마가 정한 분유를 단 한 번의 탈 없이 쭉쭉 먹었고,
젖병도 엄마 마음대로 골라도 무리 없이 척척.
분유는 3분 컷으로 뚝딱.
그러니 둘째도 당연히 그렇게 되겠거니.
첫째와 똑같은 젖병, 같은 분유를 사두었지만…
어라, 왜 안 먹지?
먹다 잠들기 일쑤.
발을 주무르고, 엉덩이를 토닥이고, 귀를 살살 비벼가며
온갖 방법을 써도 한 시간에 고작 5ml.
조금 많이 먹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속역류.
결국 나는 5번의 분유 교체,
20종이 넘는 젖병,
83개의 젖꼭지를 거쳐
너에게 맞는 단 하나를 찾아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정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다 모아놔, 나중에 시집갈 때 혼수로 써.”
그때는 정말 당황스럽고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사랑이었다.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만 0세,
하지만 분명히 너만의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던 거야.
“엄마, 나한테 맞는 걸로 해줘.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
그렇게 너는, 태어난 지 몇 달 만에
분유 5종, 젖병 20종, 젖꼭지 83개를 갈아치우며
네 인생 첫 번째 혼수세트를 완성했다.
엄마가 아니라 거의 파견 영업사원이었지 뭐니.
분유제조기 보다 빠른 내 손놀림,
배송 트래킹보다 정확한 내 촉!
엄마는 수유계의 실험 요정이 되었고,
배송 기사님과는 거의 안부를 나눌 뻔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끝내고 드는 생각은 단 하나.
… 너는 다 생각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