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에, 아기 엄마인 친구들을 만나면 늘 듣게 되는 단골 질문이 있다.
“기저귀 가방 뭐 샀어?”
처음에는 천천히 사면 되지, 하고 흘려들었다.
하지만 몇 번 듣다 보니 마음 한켠이
묘하게 조급해졌다.
‘아… 나도 빨리 사야 하나?’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웹서핑에 돌입했다.
며칠을 이것저것 찾아보며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한 건,
개인 쇼핑몰에서 자체 제작한, 패턴 예쁘고 방수까지 되는 기저귀 가방이었다.
가방을 받아든 순간,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아… 기저귀가방이라니. 큭큭.
이름부터 너무 귀엽잖아?”
그리고 한국에 방문할때
아기와 함께 병원도 가고, 키즈카페도 가고,
가끔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며
현실과 마주했다.
카페 테이블 위, 키즈카페 입구…
눈에 들어오는 건 죄다 명품 기저귀 가방이었다.
고야드백이 가장 많았고,
가끔은 탄탄한 캔버스 재질의 ‘노브랜드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백까지.
나는 잠시 숨을 죽였다.
‘이건… 단순한 육아용 가방이 아니고,
엄마들의 자존심이구나.’
일본에서는 기저귀 가방이 단순했다.
젖병 넣는 칸, 기저귀 넣는 칸, 단순한 디자인.
그저 ‘아기 용품 담는 가방’이 전부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마치 기저귀 가방 하나에도 엄마의 자부심과 은근한
경쟁심이 담겨 있는 듯했다.
아기 병원에서는 죄다 고야드,
카페에서는 샤넬 도빌백을 든 엄마가 내 눈앞을 스쳤다.
솔직히 말하면, 예쁘긴 했다.
친구와 수다를 떨며 자연스럽게 가격을 검색해봤다.
…688만 원.
‘한국의 기저귀 가방 레벨은 내가 사는 일본과 조금
다르구나.’
나는 내 방수 가방을 조용히 바라봤다.
‘응, 내 가방도 충분히 귀엽긴 하지.’
하지만 마음 한쪽이 살짝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아기가 내 가방 속 젖병을 꺼내 바닥에 툭 던지며
활짝 웃었다.
순간, 머릿속을 번쩍 깨달음이 스쳤다.
명품도, 688만 원짜리 샤넬 도빌백도,
아기에게는 그저 ‘가방’일 뿐이라는 사실.
‘결국 내 방수 가방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잖아.
아기 웃음에는 명품이 필요 없어.’
물론, 마음 한켠에는 살짝 소심함이 남아 있었다.
카페에서 반짝이는 고야드 가방 옆을 지나갈 때,
내 가방이 조금 작아 보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반짝임은 결국 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순간 속에서는무의미했다.
내 가방은 충분히 예쁘고,
무엇보다 아기와 하루를 살아내기에 완벽했다.
젖병과 기저귀, 물티슈, 그리고 아기 웃음을 담는
가방으로서,
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비로소 느꼈다.
기저귀 가방 하나도 이렇게 신중하게 고르는
그녀들을 보며,
엄마의 자존심, 은근한 경쟁심,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출산선물이자
보이지 않는 상징이 담긴 아이템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안에서 웃고, 울고, 지치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는
나도, 명품이 되어가고 있고
진짜 명품은, 바로 우리 아기라는 사실을.
가끔은 지치고, 가끔은 마음이 흔들려도,
그 모든 순간을 함께 견뎌내는 내가
그저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도
조용히, 아주 조금씩 빛나는 명품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