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건 미뤄도, 아기 점퍼는 결제 완료
출산하고 제일 당황스러웠던 건… 내 통장.
분명히 나는 돈을 쓴 기억이 없는데, 하루가 다르게 수위가 내려갔다.
기저귀, 분유, 아기 옷, 장난감.
거기에 유모차, 카시트, 아기침대까지 합세하니
지갑은 거의 아이에게 전세를 내준 기분.
해외살이라 당근 같은 중고도 못 쓰고,
모두 다 새 걸로 사야 했다는 변명(겸 사실).
차값보다 비싼 게 애기 탈 것이라니
처음 유모차 가격표를 봤을 때,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
카시트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그냥 작고 귀여운 의자잖아?’ 싶었는데, 가격표를 보고 다시 충격.
“아니, 여기에 비밀 버튼 누르면 로켓 발사라도 되나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제일 안전하다는 모델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결혼전엔, 일년동안 조금씩 돈모아 연말에 괜찬은 가방이나
코트 한벌사는게 큰 즐거움이였다.
지금은 이번 겨울 아기 점퍼가 나의 쇼핑 빅이슈다.
“이제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니까 긴팔은 여러 벌 있어야겠고,
점퍼도 하나보단 두개는 있어야겠지?.”
너무 싼 건 마음에 안 놓이고, 너무 비싼 건 카드가 울고…
‘적당히 괜찮은 브랜드, 세일 타이밍에 사면 어떨까?
처음엔 ‘좀 과한가?’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너무너무 사주고 싶다.
적당한 옷보다 확실히 예쁜 옷은 값이 더 나가지만,
그걸 입고 방긋 웃는 아이를 보면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이보다 사실 나다.
그리고 말이죠, “육아는 장비빨”
예전엔 고개 갸웃했는데 이제는 살짝 끄덕…한다.
조금 더 편한 유모차 덕분에 산책이 쉬워지고,
튼튼한 카시트 덕분에 장거리도 덜 불안하다.
결국 그 돈은 내 마음의 평온을 사는 비용이었다.
물론 여전히 헷갈린다.
장바구니 앞에서 며칠을 맴돌다가,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늘 같은 주문을 외운다.
“외식 몇 번 참지 뭐,
올겨울 코트는 안 사지 뭐.
몇일 커피 안마시지 뭐…”
결말은 비슷하다.
결국 아기꺼 사게 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내 걸 미루고,
아기 걸 채우며 괜히 뿌듯해하는 나.
미래를 위해 가계부를 더 꼼꼼히 쓰는 나.
오직 나만위해 돈쓸줄 알던 내가,
새로 생긴 변화다.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은 허영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마음이 나를 발전시킨다.
그래서 나는 일한다.
더 벌고, 더 현명하게 쓰고, 더 단단해질 것이다.
아이는 나를 묶어두는 족쇄가 아니라,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이끄는 연료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조금 더 잘 벌기 위해 나를 키운다.
아이 때문에 멈추지 않고,
아이 덕분에 더 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