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우울, 무너져버린 취준생
이대로 끝이야? 정말?
아직도 실감이 잘 안 간다. 내가 정말로 헤어진 건지. 내가 정말로 혼자가 된 건지. 정말로 이대로 끝인 건지.
헤어지고 나서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녀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첫 이별을 겪은 나에게는 걷잡을 수 없는 무서움과, 두려움, 그리고 안타까움, 미련이 남았었다.
그렇게 나는 진정해야지. 하면서도 2~3일 간격을 두며 계속 연락을 하며, 계속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로, 나의 서러움과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그런 연락이 지쳤는지, 그녀도 화를 냈고, 나한테 정이 떨어졌다고 말을 했다. 헤어지고 난 후의 내 행동으로 나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안 좋은 쪽으로.
나는 어쩌면 그나마 회복할 수 있었던 관계조차도 내가 내 발로 직접 차버린 걸까 싶었다. 나 자신이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정말 정말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원망, 미움
2년 가까이 나는 많은 것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 갖고 싶은 물건, 놀러 갈 때 쓰이는 비용들을 거의 내가 지불했고, 그녀의 술주정, 술버릇도 다 받아주고, 게임할 때 화내는 감정들도 다 받아주고 참아줬다.
그런 그녀는, 일을 다니기 시작하고 한 달 뒤에, 나의 잘못과 실수를 더하여, 그동안 견뎠던 권태기를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는지 그만하자고 했다. 아주 차갑게.
물론 그녀도 나에게 해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정말 많이. 많은 것을 쏟아부어줬는데, 이렇게 쉽게 관계를 끝내버릴 줄은 몰랐다. 그녀가 힘들다고 할 때,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할 때, 나는 열심히 붙잡았는데...
정말 많이 좋아했고, 정말 진심이었지만, 나의 첫 장기연애이기도 했으며, 처음으로 느꼈던 진실된 사랑이었기에, 서툰 부분도, 모자란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진심이었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로 진심이었다.
3년 넘게 같이 해온 디스코드 방에는 불편하게도 아직도 같이 있다. 나중에는 서로 감정이 욱해져서 서로 나가라고 했지만, 서로 나가지 않고 남게 되었다. 불편하게도. 그렇지만 그 디스코드 방은 나에게 있어 정말 뜻깊은 곳이고, 쉽게 버리기는 싶지 않았기에, 불편함을 견디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디스코드 방에 들어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게임을 즐긴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화도 나고, 원망스럽고 밉다.
나는 지금 이렇게 힘들어하고, 게임도 못하고, 무기력해하고, 우울해하고, 약을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가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멀쩡할 수 있는 걸까. 나에 대한 미련이 이제 완전히 사라진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생긴 걸까, 아니면 너도 혹시 힘들어하는데 안 힘든 척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