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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조각

조각조각 무너져버린 나

by 메모리
정리

나는 10년 넘게 알고 지냈던 중학교 친구들과 통째로 연을 끊은 적이 있다. 물론 지금까지도 연락을 안하고 있고, 그 중 1~2명 정도만 연락을 가끔 하는 편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 3~4명. 이 정도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 마저 나의 실수로 인해 멀어지게 되었다. 가장 힘든 건 역시, 신경이 계속 쓰인다는 것이다. 물론 그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느껴지고 있고,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친구들의 마음이 괜찮아질 수 있을까를 생각을 한다. 오늘은 또 사이가 멀어진 친구에게 나름 진실된 사과의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올지 안올지, 답장이 온다해도 그 답장이 가시가 돋아있을지, 차가울지, 덤덤할지는 모른다. 아마 가시가 돋고, 차가운 답장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답장이 단답형으로 그래, 혹은 알았다 정도로만 와줘도 고마울 것 같다.


불안함과 걱정, 그리고 복잡함

분명히 내가 잘못한 것이 맞다. 아무런 소식도 없이 사라져서는, 갑자기 나타나 다른 디스코드 사람들과 하하호호 하면서 놀았으니. 그러니 친구들은 나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일이 있기 전 까지만 해도, 여름방학 시즌에는 강원도로 놀러가서 물놀이도 즐기고, 작년 겨울 즈음에는 펜션에 놀러가 추위를 느끼며 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는데, 나의 행동 하나로 순식간에 사이가 멀어졌다.


오늘 사과의 문자를 보낸 친구는 또 내가 활동 중인 디스코드 그룹에 있는 친구인데, 앞으로 얼마나 접점이 있을지, 그것이 두렵고 불안하다. 접점이 거의 없거나, 사라지거나, 사이가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가뜩이나 전 연인도 같은 디스코드 그룹에 있는데, 이제는 동네 친구까지 신경을 쓰게 되버리니 미쳐버릴 지경이 되었다.


정말 인간관계는 알 수 없는 것 같다. 죽을 듯이 싸우다가도 곧장 친해지기도 하고, 영원히 오래 갈 것 처럼 지내다가도 금방 끊어지는 것이 인간관계인가 싶다. 나 같은 경우도 잘 모르겠다. 물론 내 실수겠지만, 이렇게 쉽게 끝나는게 맞는건가 싶기도 하다. 이제는 27살, 마냥 젊지는 않은 나이에 몇 없는 친구랑 멀어져 버리니 혼자가 되버릴까 싶은 불안함이 엄습해온다.



퍼즐 조각마냥 무너진 나

연인과 헤어지고, 내 몸과 마음도 같이 무너져 버리고, 몇 없는 친구 관계 까지 무너져버리니, 세상이 밉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께 매일 잘 되게 해달라고, 완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그 기도는 닿지 않았나 보다.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돌아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노력을 한다고 모든게 다 괜찮아지지는 않는것 같다.


친구와 화해를 위해 열심히 사과를 해도

무너진 내 몸과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운동과 산책을 해도

가슴 아프게 헤어진 전 연인을 잊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도

너무 과하게 많아져버린 내 머릿속 걱정들을 비우려 명상을 해봐도

온 몸에 베어버린 불안함과 두려움, 눈치들을 없애보려 아무렇지 않은 척 해봐도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린다.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 나기 위해 열심히 계단을 오르는 데에는 수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어느 사건이나 일이 발생해 무너져버리는 것은 단 몇 일, 몇 시간, 몇 초면 된다.

그리고 무너져버린 것을 다시 복구하는 데에는, 원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다.

정말 야속한 것 같다. 무너져버릴대로 무너져 일어설 힘도 없는 나에게, 하늘은 얼마나 더 많은 시련을 주시는 걸까?


바라는 것


나로 인해 실망감과 배신감을 크게 느껴 나와 멀어진 친구들이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고

나의 좋지 않은 모습으로 지쳐버린 전 연인이 너무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고

내 주변에 남은 사람들이 나를 버리거나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남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힘들지 않게,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그럴 수 있게, 온 우주가 나의 바램을 들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물론 나도 열심히 해야겠지.





미안하다 친구들아. 무너져버린 나머지 내가 생각을 잘못해서 미움을 사버려서.

미안하다 사랑했던 연인아. 잡고 싶던 나머지 구질구질하게 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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