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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음

나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

by 메모리
알 수 없는 이 느낌

오늘 낮에 외가댁을 다녀왔다. 외가댁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챙겨드리며 집안 일을 도왔다. 그리곤 친척 누나와 커피를 사러 같이 나가면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얘기를 나누면서 연휴 때 계획이 있냐는 누나의 질문에, 나는 그냥 친구 만나서 놀고 그럴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반대로 누나는 뭘 할 거냐고 물어보니, 남자친구를 만나 놀 계획이라고 했다. 남자친구 얘기를 듣는 순간, 또 나의 과거 연애가 떠올라버렸다. 원래대로였다면 이 긴 연휴 동안 전 연인과 같이 놀러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랬을텐데, 이제는 그러지 못한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누나와 얘기를 나눔과 동시에 마음 속에 우울감이 느껴졌었다.


외가댁에서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디스코드 친구들 몇몇을 만나기로 해서 해가 질 무렵에는 홍대를 가서 친구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니 당연히 반가웠고, 다같이 포차에 가서 식사를 하며 간단히 술도 마시며 웃고 떠드니 즐거운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뭔가 마냥 즐거운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식사 도중, 나로 인해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 친구가 다른 친구한테 전화가 왔었다. 그 친구의 전화가 왔다는 얘기를 듣곤 괜히 심장이 철렁했고 긴장이 되었다. 그 친구의 전화는 몇 십초도 안되서 금방 끊어졌고, 전화를 받았던 친구는 나에게 얘는 왜 안왔냐고 물어봐서, 다행히 그 친구는 지금 명절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거짓말 없이. 물론 그 친구에게 "사실 그 친구가 전에 일로 나와 사이가 멀어졌어" 라고 말할까도싶었지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아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전화를 뒤로하고, 다시 장난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가식적인 웃음을 내뱉으며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다시 머리속이 복잡해져갔다. 주말 홍대의 길거리는 역시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고, 그 사람들 가운데에는 당연히 커플 또한 많이 보였다. 그리고 홍대는 전 연인과 다녔던 곳이기도 했기에, 괜스레 씁쓸해지고 공허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더 알 수 없는 이 느낌

그런 기분을 안은 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더욱 공허했고,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따뜻한 물로 씻어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내가 활동하는 디스코드 그룹에 들어갔다. 원래 활동을 주도하던 방장도 없었고, 여행을 간 사람들도 많았기에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나라도 들어가서 몇 없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러던 와중 갑자기 사람들 여러명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 연인도 포함해서. 어디있다 오냐고 물어보니, 이 디스코드 방에는 없는 사람이 없어서 따로 통화방을 파서 놀다 왔다고 했다. 그 가운데에는 전 연인도 있었다.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지나 싶었는데, 어림도 없다는 식으로 디스코드 방에 들어와서, 이 디스코드 그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람들끼리 놀다 들어왔다고 하니까 알 수 없는, 뭐랄까...불편함? 불안함이 느껴졌었다. 심지어 전 연인도 껴있었으니. 당연히 연휴기간이었기에 사람들이 바쁜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 여럿이 놀고있었다는걸 들으니 뭔가 아쉬우면서 약간의 질투도 느껴지고는 한다. 원래는 피곤해서 곧장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몇 없는 사람들이 전부 마이크를 끄고 있는걸 보고, 나라도 들어가서 활발하게 만들어야지 하고 다짐을 하며


이걸 보면 확실히 내 정신상태가 제정신은 아닌것 같다. 다른데서 놀면 노는거지 이런걸 가지고 신경을 쓰나 싶다 정말. 이런거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있고 싶은데, 현재 나의 마음가짐은 그런걸 허용해주지 않는 것 같다. 친구들과 식사 도중, 사이가 멀어진 친구로부터의 전화, 그로 인해 불편해진 마음을 끌어안고 집에 돌아와 디스코드 방에서 사람들과 재밌게 놀려고 하려던 찰나에 또 신경쓰게 만들어버린 전 연인의 입장과 다른 곳에서 놀던 사람들의 입장. 정말 알 수 없다. 이 기분과 느낌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내가 이상한걸까. 내가 비정상인걸까. 그런거겠지 분명.


사이가 멀어진 친구의 소식이 다른 친구로부터 들려오거나, 전 연인이 내 눈에 보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놀고있는걸 보면, 괜스레 심장이 철렁하고, 몸이 긴장이 된다. 이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지 안정시킬 수 있을까 싶다.



순간의 상황

이 글을 적는 순간에, 다른 게임을 위해 사람들이 밑에 방으로 내려가서 놀고있 방에 방장이 들어와서 인사를 하러 잠깐 내려갔는데, 전 연인은 "시끄러워서 내려왔는데 다 내려오면 어떡하냐" 라는 식의 얘기를 들었다. 인사만 하러 왔을 뿐인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 괜히 불편해져서, 한마디를 해버렸다. 이 불편함과 신경쓰임. 불안함, 긴장감. 어떻게 해야 될까. 내가 이 디스코드 그룹을 나가야 되는 걸까 싶다.


나가면, 난 정말 혼자가 될텐데. 괜찮을까. 갑자기 졸려왔던 정신이 말짱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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