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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인 - 1

5개월이 넘어도, 여전한 마음

by 메모리
인사말


저번 글에선 취준생으로서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그 글 이후에도 취준생으로서의 감정보다, 다른 이유로 인한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감정 별로 정리를 해서 회차식으로 나누어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어쩌면, 취준생들 중에서도 연인과 헤어진 사람들도 있을 테니 충분히 공감을 삼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 아직도 떠오르는 사람


전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5개월이 넘어서서 6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제는 이 잊지 못하는 이유가 정확히 모르겠다


아직도 같은 디스코드 그룹에 있어서 계속 보이기 때문인가?

2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함께해서 그런가?

함께 있는 동안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으로 가득해서인가?

나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었던 존재가 갑작스레 사라져서 그런가?

내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해 주었던 존재가 사라져서 그런가?


이 많은 이유들 중 몇 개, 혹은 전부일 수 있다. 다른 이들, 혹은 취준생들이 연애를 하다 헤어질 때 엄청 힘들어했는지, 아니면 덤덤하게 넘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3개월 동안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23년, 자연스럽게 디스코드 그룹에서 나타나 활동을 시작한 그녀와 같이 얘기를 나누며 친해지고, 어느 순간 친구 이상의 감정이 생겨 더 다가가게 되었고, 그녀 또한 나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어준 덕분에 서로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나의 제대로 된 첫 연애이자, 첫 장기연애이자, 처음으로 진실되게 시작된 사랑이었다.


영화 엘리멘탈 속 주인공 앰버와 웨이드처럼, 나와 그녀는 물과 불과 같은 존재였다. 나는 물처럼 부드러운 성격이었고, 그녀는 불처럼 뜨거운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서로 맞는 부분보다는, 맞지 않는 부분이 더욱 많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오글거리고 유치한 말이지만 사랑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서로 함께 했다.


2. 위기의 시작


하지만 모든 연인들이 그렇듯이 갈등을 피할 수는 없었고, 나 역시 그랬다.


그녀가 좋아하는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서로 잦은 다툼이 있었고

서로의 MBTI, 즉 성격이 달라 데이트 도중에도 갈등이 종종 있었고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 무언가를 얘기 나눌 때도 의견이 갈라져 마찰이 있었고

사소한 감정이 욱해서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봐도 "참 많이 싸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잦은 다툼이 있었다. 그럼에도 서로 만날 때는 웃으면서 같이 밥도 먹고, 구경거리도 구경하고, 웃고 떠들고, 같이 서로를 안아주며 좋은 시간과 추억을 많이 쌓아갔다. 서로의 생일이 되었을 땐,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캐릭터 피겨와 그녀가 좋아하는 색깔인 장미꽃을 레고로 만들어 선물을 해주기도 했고, 나의 생일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탕과 젤리, 그리고 그녀가 손수 만든 깜짝 상자에 내 사진을 넣어주고, 상자 안에는 커플 반지를 받으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중함을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고, 1년이 넘어가면서부터 그녀와의 사이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금이 가는지도 모른 채로 나는 그녀에게 가끔 상처를 주기도 했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와 다툼이 있었지만 서로 잘하겠다고 말하며 일단락을 지었지만, 말처럼 쉽게 서로의 부족함을 채울 수가 없었고,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이 되어 금은 점점 커져 부서지기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3. 가슴 아픈 결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던 우리의 사이는 점점 예전처럼 되돌아오기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말로는 미안하다, 잘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정말 말 뿐이었고, 뜻대로 풀려나가질 못해 결국 되돌릴 수 없게 갈라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날 저녁, 그녀는 나의 어리광과 투덜거림에 지쳐 통화로 이별을 통보했고, 그때부터 나의 고통과 힘든 시간이 시작된 것이었다.


1개월째 - 은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운동도, 공부도, 식사도, 게임도, 수면도,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어떻게든 그녀를 붙잡아 되돌아오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기에,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하고 바보 같고 멍청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가 힘들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감정적으로 대하면서 붙잡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나의 바보 같고 멍청한 행동으로 그녀는 나의 망가진 모습에 실망하고, 더 지치고 힘들어했다.


2개월째 - 변함없이 너무 힘들어했고, 그녀를 돌아오게 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기에, 연락을 중간중간 안 하긴 했지만, 그 후에 연락을 취하면서도 감정이 앞서버려 그녀를 힘들고 지치게 만들어버려 가뜩이나 멀어진 사이인데, 더욱 멀어지게 만들어버려 나 자신을 탓하면서 혼자 많이 울곤 했다.


3개월째 - 내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연락을 안 했었다. 한 일주일 정도... 누구와도 연락을 안 하고 조용히 지내니 역시 주변 친구들에게 걱정스러운 연락이 왔었고, 나의 잠수는 일주일 만에 풀고 다시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지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같은 디스코드 그룹에 그녀가 계속 보였기에, 굉장히 신경 쓰이고 힘들어했다.


4개월째 - 힘든 감정이 사라지지 않아 다시 모두와 연락을 끊고 혼자 지내게 되었다. 이때가 내가 전에 말한 3주간의 긴 잠수가 시작된 것이었다. 혼자 게임하고, 혼자 취미생활 즐기고, 혼자 어떻게든 외로움을 달래려 노력하고, 산책도 해보고, 헬스장을 끊고 운동도 해보며 나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쉽사리 되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연락이 가득 쌓일 무렵,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잠수를 풀고,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 후에 지금은 전보다 감정이 막 요동칠 정도로 힘든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신경 쓰이고, 미안하고 후회스러운 마음이 가득할 뿐이다. 디스코드에 사람들과 있을 때도, 갑자기 그녀가 불쑥 들어오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괜히 긴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지내려 노력하는 중이다. 이 이상 힘들어하면 그녀는 더 이상 나를 인간으로도 보지 않겠지. 아니 지금도 이미 날 친구로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겠지...


4. 그럼에도 미련은 남는다.


나의 많은 실수와 잘못, 그리고 인상을 찌푸릴 정도의 행동들로 그녀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망가지고 실망도 하고, 나를 향한 감정이 굉장히 지치고 힘들어졌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후회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커져만 갈 뿐이다. 만약 그녀가, 말도 안 되는 확률로 그녀가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하거나, 대화할 시간이 생긴다면, 진심을 다해서 사과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나라고 그녀에게 상처를 안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보단 그녀가 더 많은 상처를 받았을 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먼저 사과를 해야 그녀도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이 힘듦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녀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녀가 나를 향한 마음의 문이 다시 열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뿐이다. 그 이상으로 사이가 회복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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