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달래려 노력하는 취준생
나 빼고 다 행복한 것 같아
정말로 힘들었었다. 이별의 아픔을 겪어본 적도 없었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감당하기 벅찬 고통이었다. 가뜩이나 취업 준비, 언어공부, 친구들과 손절, 가족 내 불안함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내가 가족보다 의지하고 기대던 사람과 이별이라니, 정말 미칠 듯이 아팠었다. 지금도 아프지만, 처음에는 그랬다.
주변 친구들은 열심히 자격증도 취득하고,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며 열심히 살고 있고
나보다 먼저 시작하거나, 늦게 시작한 친구들의 연애는 아직도 사랑스럽게 연애를 하고 있고
SNS를 보면 나 빼고 다들 취미생활을 즐기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았고
인싸인 친구는 다른 친구들을 서로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재능이 넘쳐나는 친구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받고 있고
모두가 나 빼고 행복하고 즐겁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아낌없이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라도 하면서, 노력으로 어떻게든 이겨내고자 발버둥을 치며 살아남으려고 노력을 했다. 난 안정된 직장도 없고, 안정된 수익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친구들도 없는, 어쩌면 부모님께도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취준생 아들이니까.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이 모든 고난, 역경, 시련, 고통들이, 다가올 미래에 있을 꽃길을 위한 발판이라면, 기꺼이 버텨내고 말리라.
하지만 이 아픔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니까, 더 불안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간다. 고통 뒤에는 행복이 온다는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면서, 마냥 가만히 있지 않고 뭐라도 하려는 나의 발악하는 모습을, 나의 악착같이 버티는 모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하느님, 부처님, 그 누구라도 좋으니 신 적인 존재가 날 보고 한 줄기 희망, 빛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게으르고 나태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보일 순 있겠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소리 없는 싸움을 하루하루 계속해서 나 자신과 치열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든 괜찮아지려고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어떻게든 버텨내려고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좋아지려고
어떻게든 나아지려고
겉으로 표출을 하지 않을 뿐, 나는 살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누군가 날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위로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지만, 현실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내 얘기를 들어주기는 했어도, 연인과 이별 후 했던 나의 서툴고 몹쓸 행동을 들은 사람들은 나를 위로해 주기는 힘들어했고, 가족 간의 불화도 섣불리 말을 하지 못했고, 말로 풀어나가기 어렵고 복잡한 나의 어두운 감정들을 풀어내기에는 내 어휘력이 부족했다. 결국 나 자신의 문제가 제일 컸기에, 그 누구도 나의 진정한 아픔을 알아주지 못했고,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고, 시원하게 말을 하지도 못한 채로 내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담아두게 돼버렸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나를 아무 말 없이 위로해 준다면, 나는 참았던 눈물이 또 터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아직 참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 모든 것들 또한 괜찮아지겠지
잠 못 이루던 날의 그 걱정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픔도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그 슬픔도
뒤처지는 것 같은 이 시간도
잠시 움츠러든 너의 용기도
끝내 떠나가 버린 그 사랑도
남아 있는 자들의 공허함도
가끔 미워 보이는 내 모습도
손 내밀어 주지 못한 그 사람도
위로해 주며 정작 위로받지 못했던
가수 로이킴이 공연에서 '괜찮을 거야' 노래를 부르며 반주를 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었던 대사였다.
내가 한창 힘들어할 때, 이 노래를, 이 대사를 듣고선 침대 옆에 있던 인형을 끌어안고 새벽에 소리 없이 펑펑 울었던 적이 있었다. 나 자신이 이렇게 망가지고 무너지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니 너무 안쓰러웠다.
잠자리에 누워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걱정들
언제 끝날지 모르겠는 아픔
누구도 이해 못 해줄 나의 슬픔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초조함
아직도 미련이 남은 사랑
나 혼자 남아버린 공허함
망가지고 무너진 모습이 미운 나
끝내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은 그 사람
받기 힘들었던, 다가온 게 없던 위로
로이킴의 대사 전부가 나에게 포함되었기에, 더 가슴이 미어터지게 아파왔다. 주변 사람들 그 누구도 위로해주지 않았던, 위로해 줄 수 없었던 나의 상황을, 노래 하나로 아주 작은 위로를 얻고 눈물샘이 폭발해 버린 내가 또 초라해 보였다.
그럼에도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며 또 하루를 보내야겠지. 이 글을 보는,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든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웃음이 나올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닐 수 있지만, 여러분들이 겪는 어떤 종류의 고통들은 금방 끝날 거라고, 정말 빠른 시일 내로 행복이 다시 찾아올 거라고, 힘내지 않아도 되니 천천히 하루하루를 보내보자고 말하고 싶다. 내가 기도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