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에 몰려왔다 한 순간에 가라앉는 감정
내 머릿속에서 이제 그만 나가
오후 1시가 되기 전에 눈을 뜨고, 아직 몽롱한 상태로 있을 때 엄마가 방 문을 두들기며 밥을 먹으라고 한다. 약간의 귀찮음을 느끼며 식사를 하고, 어제와 그제, 둘 다 스터디 카페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기 위해 가야 되기 때문에, 밥을 먹고 바로 씻고 카페로 갈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잠을 많이 못 잔 덕에 식사를 마치고 1시간 정도를 눈을 붙였다. 그러고 나선 후딱 씻으려고 했는데, 갑작스레 과거에 있었던 안 좋은 기억들이 속속들이 생각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학교 때 같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은 것들
중학교 친구들과 대거 손절을 한 거
나의 실수로 인해 떠나버린 고등학교 친구들
저번에 무언갈 물어봤을 때 괜히 공격적인 말투로 대답을 한 내 친구
이상한 꿈을 꾸었던 꿈 내용
늘 생각났지만 갑자기 더 강하게 생각이 나버린 전 연인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어둡고 불편한 이 감정들은, 화장실에서 씻으려는 나의 행동을 멈추게 했고, 갑자기 심장이 빨라지며 괜히 불안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못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감정이란 게 원래 이렇게 파도처럼 확 덮쳐오는 건가 싶었다. 왜 사람은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더 오래가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나만 그런 건가 싶다.
난 여전히 과거에 붙잡혀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 현실에 집중을 하는 것이 옳다고 다들 말한다.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과거에 얽매여 있을수록, 자기만 더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수많은 과거들로부터 발목이 잡혀있고,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신병일 수도 있다. 아니 맞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정신병이 아니라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 나의 삶 중 수많은 과거에는 좋은 일들도 있었지만, 좋지 않았던 일들이 더 많았고, 좋지 않은 일들이 더 크게 보이고 부각되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어떻게든 긍정적이게 생각을 하고 억지로 웃어보기도 하고, 사람들과 다른 주제로 얘기를 하면서 떨쳐내려고 하지만, 결국 늦은 밤 혹은 새벽에 혼자가 되거나 잠자리에 누우면 나의 과거들은 초원 속 먹잇감을 발견한 육식동물 마냥 기다렸다는 듯이 내 머릿속을 덮친다.
살아가면서 제일 어려운 것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학교 숙제, 수능, 시험, 과제, 회사 일, 인간관계 등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제일 어려운 건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내가 생각나는 과거의 기억들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이 든다.
이런 좋지 않은 과거들과 감정들로 힘들어하는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파도처럼 커다랗게 덮쳐오는 어두운 감정들을 막아낼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얘기를 하니,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약을 처방받거나,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를 한다면 괜찮아지겠지만 그렇게 시도하는 것 또한 망설이고 주변 눈치를 보는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홀로 외롭게 끙끙 앓으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모든 이들이 만약 주변에 있다면, 방법을 찾고 해결하라고 탓하기보다는, 따뜻한 위로 한마디 정도를 건네는 건 어떨까 싶다. 잘 버티고 있다고, 잘 하고 있다고,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고. 정말이다.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버텨낸다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내가 경험을 해봤고, 지금도 그러고 있기 때문에 더욱이 잘 알고있다.
다들, 안좋은 감정과 기억들로부터 발목잡히지 않고 벗어나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