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에겐 반가운 시간
눈 뜨면 바로 전쟁
잠에서 눈을 뜨면, 그때부터 바로 전쟁이 시작된다. 방 밖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운동 후 샤워 소리, 커피를 타고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는 소리, 어머니의 점심 먹으라는 방 노크 소리. 많은 소리들로부터 하루를 시작하게 되고, 나는 또 내면의 귀찮음과 싸워 이겨내면서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스터디카페로 향하는 전쟁을 해야 된다.
낮 시간에는 어딜 봐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 지나가는 차들, 공사 소리, 시끌벅적한 주변 소리들은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나 자신이 괜히 벅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주변에서는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나만 너무 느긋하게 지내는 것 같아 괜히 눈치 보이고 주눅 들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낮 시간이 싫다.
아무도 찾지 않는 새벽
날이 저물고 어두워지며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며 바깥이 조용해지는 시간,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는 새벽 시간, 이제는 겨울이 슬슬 다가오고 있단 듯한 차가운 바람, 새벽 공기, 이 모든 걸 느낄 수 있는 새벽 시간대가 현재로선 나의 최고의 순간이다.
부모님의 잔소리, 집안 소음, 바깥에서 들리는 각종 잡음들을 듣지 않아도 되는, 나 또한 조용히 있어야 하지만 나 혼자 조용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대가 나는 좋다. 친구들과 게임을 조용히 게임을 즐기다가, 너무 늦지는 않게 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눕기 전에, 창문을 열어 새벽 공기를 마시며 경치를 멍하니 때리는 시간이 좋다.
새벽 공기를 충분히 마신 뒤에는 춥지 않게 창문을 닫고, 푹신한 이불을 뒤집어쓰곤 핸드폰을 하는 시간이 좋다. sns를 통해 위로가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귀들과 영상들을 보며 나 혼자 함박웃음을 짓고, 나 혼자 자위를 하면서 괜찮아질 거다. 다 잘 될 거다 되새김질을 하면서 서서히 졸음이 몰려올 때 잠을 잘 때가 좋다.
취업하면 즐길 수 없는 시간
지금이야 난 백수고, 자유로운 몸이기 때문에 이렇게 새벽 시간대를 만끽하며 즐길 수 있지만, 내가 일을 다니게 된다면 새벽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휴일이나 주말뿐이 될 것이다.
물론 일을 열심히 다니며 돈을 모으면, 직장 근처로 자취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 출퇴근도 편해지고, 무엇보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 수 있어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겠지. 내 마음대로, 내 하고 싶은 대로 살 거다.
가끔씩 방해되는 나만의 시간, 하지만 방해되는 건 당연한 거일지도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무기력해진 감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그냥 공부에 흥미도 없고 재미도 없기 때문에 잘하지 않으려고 한다. 게으르고 나태한 것도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집에선 어머니께서 맨날 토익은 필수다~ 일어 준비되면 길이 많이 열린다~ 이 소리를 수도 없이 많이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뿐이다.
또 최근에는 일어나는 건 12시~1시 지만, 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나의 귀찮음이 심해져 스터디카페로 향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3~4시 즈음으로 많이 늦어졌다. 그러면서 7시 즈음에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내 방에 들어가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이 바라봤을 때는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에 공부하지 않고 긴장 없이, 생각 없이 펑펑 노는 취준생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기에 부모님의 걱정은 끊이질 않고, 그 걱정은 새벽까지 되는 경우도 있다. 오늘만 해도 카톡으로 줄줄이 문자를 보내면서 정신 차려라, 다른 친척동생들 다 취업했다, 긴장해라, 공부해라, 게임하지 마라, 등의 따가운 잔소리를 하셨다. 틀린 말이 아니고, 나도 정신 차리고 빨리 일자리를 구해 사회인으로서 살아가야 하지만, 당장의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달갑지 않았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나만의 새벽 시간을 방해받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모님의 걱정과 잔소리를 등져서는 안 된다. 틀린 말이 아니고, 정신 차려야 되는 것도 맞기 때문에, 내가 알아서 잘 조절을 하며 지내야 된다. 걱정과 잔소리가 줄어들 수 있게.
다른 취준생들은?
취준생이라는 입장은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이 정말 마음이 아프고 힘든 것 같다. 다른 취준생들도 그러려나.
나처럼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고, 괜히 성격이 예민해지고,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괜히 무기력해지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에 빠지면서 힘들어할까나. 아니면 나만 유난히 이상하게 힘들어하는 걸까.
다른 건 모르겠지만, 모든 취준생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취준생들이 오늘의 나의 글을 읽고, 나의 하루 루틴을 보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취준생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본인한테 가하던 압박을 조금이라도 덜어내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나도 어찌어찌 살고
있으니까. 모든 취준생들 파이팅. 아니 파이팅 하지 않아도 되니, 힘들지 않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