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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취준생의 첫 결혼식 방문

by 메모리

전 직장에서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나를 많이 도와주었던 연구원 분이 오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전 날까지만 하더라도 갈지 말지 고민이 상당했다. 결혼식은 가보지도 않았고, 정말 가야 되나 싶은 애매한 느낌도 들기도 했고, 계약종료일까지 다닌 것도 아닌지라, 분명 다른 직장 분들도 오 실 텐데 눈치도 보일 것 같아서 뻘쭘스러울 것 같기도 해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가족일, 업무, 선임연구원 관해서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고 있을 때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기도 했고, 힘듦을 견디지 못하고 일을 벌였을 때도 직접 차로 병원까지 데려다주시기까지 하셨던, 나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이자, 짧은 시간이라도 그분 덕분에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결혼식을 가지 않고선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해질 것 같았다. 또 내가 토익 시험을 보기 며칠 전에 식사를 하자고 연락이 왔었는데, 갑작스러운 약속에 당황스러움과 망설임 때문에 약속을 잡았다가 취소해 버린 적도 있어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귀찮음과 고민을 뒤로하고 주말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오래간만에 꽃단장을 하고, 정장도 입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오후 3시로 예정되어있었기에, 2시 즈음에 출발하여 전철을 탑승했는데, 평소에는 말썽이 없던 열차가 갑자기 신호장애로 7분 정도 지연이 발생해 버렸다. 처음에는 연구원분 얼굴만 가볍게 보고 후딱 집에 올 생각으로

출발을 했는데, 몇 분의 지연으로 초반의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약간 조마조마했었다. 하지만 3시가 되기 전에 조금 여유 있게 결혼식장에 도착해 쭈뼛쭈뼛거리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결혼식인 만큼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처음에는 얼타면서 예식장이 어딘지 두리번거리다가, 전 직원 선임 연구원분들이 보여서, 어떡하지 망설이다가 그냥 냅다 다가가서 인사를 박아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나를 보곤 웃는 얼굴로 반갑다고 맞이해 주면서 악수도 하고 짧은 근황토크도 진행했다. 역시 인간이 생각하는 걱정의 90%는 별 거 아니라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 후에는 주인공인 신랑 연구원 분을 찾으러 돌아다니는데, 처음에는 여기다 싶어서 들어간 곳에는 신부님의 단독 사진이 촬영 중이어서 굉장히 당황했다. 급히 나와선, 예식장 안으로 들어가니 단상 위에서 예식 리허설을 매니저에게 듣고 있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다가가서 이름을 불러 인사를 드렸다. 사실 따로 연구원님께

찾아가겠다는 말 없이 서프라이즈 식으로 찾아갔기에, 나를 봤을 땐 상당히 놀라 하셨었다. "아니 어떻게 오셨어! 못 오실 것처럼 그러시더니!" 이렇게 얘기를 들으니 전날 밤에 고민을 하던 내가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기쁜 마음이 커졌다.


친구와, 혹은 연구원분의 지인분과 같이 온 게 아닌 혼자 참석한 결혼식이기에, 처음에는 굉장히 뻘쭘한 분위기가 형성될 줄 알았는데, 역시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아무렇지 않게 결혼식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벽 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있다가 자리를 뜨려고 했었으나, 예식이 금방 시작되었고, 신랑신부 입장, 인사, 영상, 축가 등등의 예식 순서를 천천히 보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고, 내게 큰 도움을 주었던 분이 아리따운 연인과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아름다운 장소에서 결혼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울컥해지는 기분도 들었고, 감탄스러움에 가슴이 벅찬 기분도 들었다.


결혼식을 참석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결혼에 대한 큰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누군가와 결혼하면 누구나 하는 결혼식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두 눈으로 결혼식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전 연인과 계속해서 사귀고 있었다면 결혼까지 갔었을까? 그때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습처럼 가족, 친척, 친구들이 대거 찾아와서 결혼을 축하해 줄까?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기쁨과 벅찬 감정이 느껴짐과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 씁쓸함과 울적한 기분도 들었다. 내가 더 잘했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었을 텐데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못난 모습을 많이 보였던 나였기에, 아쉬운 결말을 맞이한 거겠지.


그러면서도, 내가 전 연인과 재회를 하든, 다른 새로운 인연은 만나든, '결혼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슴 벅차도록 아름답고 이쁜 것이었을 줄은 몰랐다. 예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보는 내내 입꼬리가 쉽사리 내려가지 않았다.


조만간 나도, 빠르게 취업을 해서 안정적이게 돈을 벌고, 전 연인과 재회를 하든,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든 사랑을 나누다가, 오늘 내가 보았던 것처럼 이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려보고 싶다. 내 부모님도, 신부의 부모님도, 그리고 친척들도 기쁘겠지. 친구들 또한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줄 것이고.


첫 결혼식 참가에 많은 감정을 느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았다.


결혼 정말 축하해요. 이쁜 신혼생활 죽을 때까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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