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낮에 나가보는 취준생
12월 초에 있을 JLPT 시험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다시 히라가나부터 외우고 공부를 하는 중이다. 일본어 공부에 있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인 한자 공부도 해야 되기 때문에, 한자를 조금이라도 쉽게 공부하기 위해 어떤 책이 좋을까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다가 괜찮은 책을 찾았고, 밖에 안 나간 지 꽤 되기도 했으니 평일 낮에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평소라면 근처에 있을 카페나 스터디카페를 가서 공부를 했겠지만, 책을 사러 나온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집 앞 버스를 타고 나가서 자주 놀던 번화가 쪽에서 내려 근처 서점이 있나 하고 핸드폰으로 찾아보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오후 2~3시에 평일 낮 번화가는 생각보다 사람이 꽤 있었다. 저녁, 불금, 주말에만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뭔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백수일까?, 학생일까?, 직장인인데 휴일인가?" 평일 낮에, 번화가에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분주하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가진 채로 돌아다니며 근처에 서점이 딱 한 군데 있는 걸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 내가 찾으려 했던 책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하지만 교보문고처럼 이름 있는 서점이 아닌 동네 작은 서점이었기에
기본적인 학교 교재, 학습지 같은 것들밖에 보이지 않았고, 사장님에게 책 사진을 보여주며 이 책이 있냐고 물어보자 이 책은 따로 주문을 해야 된다는 말을 듣고선 아쉬움을 남기고 서점 밖을 나오게 되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평일 낮에 집 근처가 아닌 번화가 쪽으로 나가 사람들도 구경하고, 바람도 쐐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번화가에는 노래방도 많았기에, 집 근처 카페로 가기 전에 노래방을 들러 노래도 몇 곡 불렀다. 대전에서 자취할 때는 자취방 근처에 24시간 코인 노래방이 있었기에 혼자 자주 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본가 근처에는 노래방이 없어서 좀처럼 쉽게 노래방을 가지 못한다.
그렇게 하루를 나름 열심히? 바쁜 하루를 보내며 카페에 도착해 책을 펼치고 공부를 하고, 저녁 시간에는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고 방에 들어가 다시 책을 펴고 공부를 하니 약간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에 쉬는 시간으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니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저녁 식사 이후 몰려오는 식곤증과 비염 때문에 먹은 약으로 인한 피곤함이 몰려오니 평소보다 졸음이 훨씬 더 빨리 몰려왔다. 그렇지만 역시 새벽을 좋아하는 나는 억지로라도 버티며 오늘도 새벽 시간을 즐기려 노력했다.
우울함과 무기력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움직이라고 들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완벽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움직이는 동안만큼은 평소보다 괜찮아지기는 하니까.
뉴스를 보며 세상을 탓하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봤지만, 오늘 내가 평일 낮에 봤던 바깥 모습은, 뉴스에서 봤던 것들과는 다르게 평범했고, 늘 그랬듯이 일상 속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사회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쩌면 취준생으로서의 나의 시선은 많이 어두워진 건 아닐까 싶다. 밝고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을 텐데. 다른 취준생들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