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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Jan 14. 2024

30대 호주워홀, 농장 안 가도 돼요

호주에 워홀 가면 농장을 가야 할까?

내가 호주 워홀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의 대부분이 "농장 가는 거야?"라고 물었다. 그리고 워홀을 준비하며 이 나이에 20대 친구들처럼 농장이나 공장에서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대답하고 싶었다.  "아니요, 농장 안 가도 돼요" 


호주를 간다고 하면 농장에서나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알아보기 전까지는 그런 이미지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호주가 1차 산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고 값싼 호주산 먹거리들이 이미 우리 시장에 들어와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1차 산업에 집중되다 보니 호주는 자국 특허보다 타국에서 유입되는 특허가 많은 나라이기도하다.)


물론 20대 때 가는 거라면 농장이나 공장을 가는 것이 필수일 수는 있다.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비자 연장을 위해서이다. 호주정부는 정부가 지정한 산업에서 일정 일수를 채워야지만 세컨드비자라는 것을 발급해 주는데 그 지정산업 중 하나가 농장이다. 


농장에서 일정기간 일해야지만 세컨드비자 발급을 통해 호주에 1년 더 머물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써드비자(3차)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호주는 워홀로 총 3년을 머물 수 있다. 이미 사라진(작년 9월에 사라졌다) 코로나 비자라는 게 있었는데 그 비자까지 하면 최장 5년까지 호주에 머물던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30대인 우리라면 생각할 게 있다. 


세컨드비자의 발급해 주는 조건은 만 30세까지이다. 물론 한국나이를 기준으로 딱 30살에 호주를 오게 된다면 기회는 있다. 31살까지도 도착하자마자 농장에 가서 일수를 맞추고 미리 신청한다면 간당간당 맞춰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한국나이로 32살에 호주에 오게 된다면 이미 늦었다. 우리는 세컨드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30대에 워홀을 오게 된다면 굳이 농장을 갈 필요가 없다. 호주정부가 오래전부터 만 35세까지 워홀을 확대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해당 사항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농장에 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농장에서 일하는 것에 나름의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농장에서 일하면 시티에서보다 비교적 돈을 모으기가 쉽다. 농장 주변에 놀거리가 별로 없기 때문에 강제적 칩거생활이 가능해진다. 집도 농장주가 구해준 집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쉐어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니 시티에서 생활할 때보다 생활비도 확실히 저렴할 수 있다. (물론 숙소컨디션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외에서 생활하든 한국에서 생활하든 우리는 각자 판단 기준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농장에서 일할 수도 있고 시티에서 일할 수도 있다. 


다만 워홀을 가게 되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30대 때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회사생활을 하다가 호주로 온 친구들 중 겪는 또 다른 현타는 바로 일하면서 오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주에서 일을 하게 되면 물론 다양한 일자리가 있겠지만 한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직업이 서비스업이다. 바리스타, 홀서빙, 요리, 청소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학생 때 알바로 하던 일이 대부분이다. 물론 타일러나 포크리프트, 네일, 미용 같은 기술을 가진 친구들은 그쪽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지만(호주는 기술직이 대우가 더 좋다.) 흔히 한국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우리에게 그런 기술은 없다. 


우리가 힘겹게 쌓은 회사경력은 한국을 나오는 순간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니 30대 때 워홀을 준비한다면 우리는 '내가 이러한 일들을 다시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인가?' 고민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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