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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Jan 15. 2024

유튜브로 배우는 생존수영

30대 호주워홀 일상 편(1)

내가 세계여행을 하며 왜 배울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는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수영이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어렸을 적 나는 물에서 노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었지? 물을 멀리하게 된 순간이?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워지고부터 매년 연례행사처럼 가던 수영장을 더 이상 가지 않게 되면서부터? 그것도 아니면 대중목욕탕에서 놀다 깊은 곳에 빠져 코가 아릴 정도로 숨이 차던 느낌을 경험했던 그날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물에 들어가는 것은 나에게 무서운 일이 되어 있었다. 


세계여행 중 라오스 방비엥에 도착했을 때였다. 당시 꽃보다 청춘에서 나오던 그 블루라군이 너무 보고 싶었다. 다이빙하며 노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고는 했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 블루라군에 도착을 하긴 했는데 나는 다이빙은커녕 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주저하고 있었다. 


"아 나 수영 못했지"


물은 생각보다 깊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발이 닿지 않는 호수에 들어가는 것은 내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만큼이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겨우 한 발 한 발 들어갔지만 물가에 앉아 다리를 담그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내 옆을 우아하게 배영을 하며 지나가는 또 다른 관광객이 보였다. 그녀는 한 마리의 돌고래처럼 유연하게 배영하며 여유롭게 블루라군을 즐기고 있었다. 


'와 너무 멋있다.' 감탄했다.


그녀의 일행처럼 보이는 또 다른 관광객이 왜 혼자 그러고 있냐며 같이 놀자고 손짓했지만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내 선이 여기까지라고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고 그어지고 있었다. 


결국 "나 수영 못해"라고 그들의 제안을 거절하자 그들은 "너에게는 구명조끼가 있어 뭐가 문제야?"라고 뼈를 때렸다. 속이 쓰렸다. "아 그래도 못한다고" 나는 그날 처음 한국으로 돌아가면 무조건 수영을 배우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나는 여전히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 한국에서 수영을 배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원에게 수영은 평일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뉜 수업을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차라도 써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흐지부지 내 다짐도 사그라들었다. 


그런 내가 다시금 수영을 생각하게 된 것은 호주로 오고나서부터였다. 내가 살던 동네는 호주에서 유명한 휴양지로 1년 내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집에는 무조건 수영장이 옵션처럼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수영을 즐겼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수영을 못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나보다 깊은 곳에서 수영을 하는 것을 바라보는 내 기분이 다시금 씁쓸해졌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내가 수영을 무서워하는 근본적인 두려움은 머리를 물에 담그는 것에 있었다. 그렇다면 머리를 물에 담그지 않고 하는 거라면 나 혼자서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머리를 담그지 않는 수영이 있었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찾아보니 적절한 수영이 있었다.

"헤드업 수영" 일명 개헤엄이었다.(웃음) 유튜브에 쳐보니 헤드업 평형 꿀팁 같은 다양한 영상이 있었다. 그중 괜찮은 영상을 보며 연습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되진 않았다. 우선 바닥에서 발을 떼는 것부터 쉽지가 않았으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꼭 수영을 배워야겠다 다짐했다. 


다행히 호주는 수영에 대한 접근성이 좋았다. 호주에서 홈스테이를 나오고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호주의 아파트는 보통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사우나, 스파가 작게나마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살던 아파트도 3층에 수영장과 여러 편의 시절이 있어 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었다.


처음엔 발을 떼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뒤 부력에 익숙해지는 것, 물속에서 킥을 차는 법(이건 유튜브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친구들에게 봐달라고 부탁해서 배웠다.) 등등 차근차근 배웠다. 처음시작할 땐 물이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발을 떼기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물속에서 힘을 빼는 게 편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물속에서 온몸에 힘을 빼고 누워서 하늘을 보던 날이 기억난다. 그날 하늘이 엄청 맑았는데 구름이 물속에서 떠다니듯 떠다니고 있었고 내 몸도 물속에서 왔다 갔다 흐름을 타고 여기저기 떠다녔다. 아 그날의 해방감이 다시금 몰려왔다. '나 지금 좀 행복한것 같아'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최근 한국에서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보고 있으면 가끔 그날이 떠오른다. 그날 나 정말 행복했지, 또 그런 날이 있겠지하며 미세먼지 낀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그날 느꼈던 해방감이 여전히 내게 남아있다. 


지금도 여전히 수영을 잘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여전히 나는 엉성한 킥을 날리며 물을 가른다. 하지만 더 이상 물에 내 몸을 맡기는 게 무섭지 않다. 적어도 물속에서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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