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못한 편지

by 막창국밥먹고싶다

너와 헤어지고, 3주가 지났을 때쯤,

긴 메시지를 받았다.


길고, 조심스럽고, 따뜻한 말들로 가득한 편지였다.


그 안에는 ‘고맙다’는 말, ‘미안하지 않다’는 말,

그리고 ‘너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 편지를 다 읽지 못했다.


처음 편지를 받았을 때, 몇 줄만 보고 바로 꺼버렸다.


내용을 읽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 말들이 너무 따뜻할까 봐,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이상하지.


사랑받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끝까지 확인하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일 줄 몰랐다.


마치 읽는 순간, 정말 끝이 나버릴 것 같았다.


그 따뜻한 말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무너질지 아니까,

차라리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그 편지는 휴대폰 메모장 안에 옮겨두었다.


읽을 준비가 되면 언제든 꺼내서 읽을 수 있도록.


몇 번이고 삭제할까 고민했지만,

그러면 정말 너와의 마지막이 사라질까 봐

그조차 못하고 그냥 남겨뒀다.


마치 내 마음처럼,

읽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한 채 그대로.

대충 훑었던 그 메시지엔 “나를 붙잡아달라”는 말도,

“다시 시작하자”는 말도 없었다.


오히려 “괜찮은 사람이야”, “잘 살아줘”,

“네가 너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말들뿐이었다.


그래서 더 읽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따뜻해서.


너무 나를 생각해서.


너무 끝 같아서.


나는 그 편지를 아직도 끝까지 다 읽지 못했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걸 보면

어쩌면 이미 마음으로는

그 말들을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아직도 거기 있다.


읽지 못한 그 마음 앞에서

눈물도 못 흘리고,

고맙다고도 말 못 하고,

그냥 멍하니 멈춰 있는 나로.


이제야 말한다.


나도 고마웠다고,

그 따뜻한 말들이 나를 계속 살게 했다고.


그리고 이제야 그 편지가 정말로

나를 사랑했던 사람의 진심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제는 그 편지를 다 읽을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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