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다
날씨가 좋던 지난 어느 날,
친구가 불쑥 꽃을 건넸다.
아무 날도 아닌데, 그냥 너 생각이 났다고.
순간, 웃어야 하는데 눈물이 먼저 났다.
그 꽃은 너무 예뻤지만,
예쁜 만큼 마음이 쓸쓸해졌다.
왜 그때 너는, 한 번도 이런 걸 내게 주지 않았을까.
꽃이 아니라, 그 꽃을 고르며 나를 생각하는
그 시간과 마음을 주지 않았을까.
친구의 꽃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
괜히 네가 미웠다.
내가 그렇게 바라던 건 결국 너한테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소망을, 너 아닌 다른 누군가가 먼저 알아주었다는 사실이.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네가 없는 이 풍경에도,
나는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