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입었던 그 옷을 보면, 너의 기척 묻어나온다.
옷걸이 위에 걸 남색 가디건을 볼 때마다,
그날의 온도와 습도, 바람의 결까지 따라온다.
햇살이 은은하게 퍼지던 오후,
바람은 계절의 속을 살짝 들춰보듯 스쳤다.
그때의 너는 아무 말 없이 웃었고,
나는 그 웃음 하나로 하루를 다 살아냈다.
너와 헤어진 후로, 나는 그 옷을 입지 않는다.
아직 마음이 덜 마른 것 같아서.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버린다 건 잊는 것과 다르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잊는 게 두려 뿐이다.
계절이 다시 돌아왔고,
나는 또다시 옷장 앞에서 멈춰 선다.
손끝에 닿는 옷감에서
희미하게나마 너의 흔적이 느껴질 때,
잊혀졌다고 믿었던 감정들이
몸 안을 메웠다.
기억은 언제나 감각으로 돌아온다.
추억은 시간이 아니라 온도와 냄새,
그리고 바람 같은 것들에 숨어 있다.
지운다는 건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라,
다시 말하지 않는다는 걸 요즘 들어 실감한다.
나는 이제 너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매번,
너 없는 계절이 올 때면
나는 여전히 그 앞에서 멈춰 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무너졌다가,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다시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