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전박람회(CES)의 기조연설자가 정해졌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회사가 차지했다.
바로 뷰티회사 ‘로레알’이다.
올해 1월 가전박람회에서도 농기구 업체인 ‘존디어’가 기조연설을 맡게 되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가전박람회에서 농기구 업체라니?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박람회는 이제는 가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기술들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커다란 장으로 성장했다. 올해 농기구 업체를 기조연설자로 지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는 시끄럽고 불안정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가전박람회는 올해의 거대한 테마를 ‘인간 안보’로 정했다. 그중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무인트랙터, 인공지능 등 혁신적 기술들을 도입하는 존디어를 상징적으로 기조연설자로 앞세운 의도가 다분하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의 수출이 제한되어 곡물값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우리는 전쟁이 글로벌 식량상황에 주는 영향을 금방 체감할 수 있었다. 존디어의 기술에 의존하는 스마트 농장은 우리에게 기존보다 안정된 식량 생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내년에 뷰티회사인 로레알이 기조연설자로 선정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실 로레알은 올해 가전박람회에서도 개별 세션을 열어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을 도입한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그들이 소개한 서비스의 포인트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진화이다. 난 화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떠한 것을 원하는지 잘 알진 못한다. 그들에 따르면 개인마다 원하든 색조 등 자신만의 취향과 어울리는 톤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그것을 이해하고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거나 제안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장애인을 위한 접근 가능한 서비스 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내년에 뷰티회사를 기조연설자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는 사례다. 챗GPT와 같은 생성 AI는 올해 가장 뜨거운 화제였다.
생성 AI의 핵심 중 하나는 ‘개인화’다. 같은 챗GPT를 사용해도 누가 사용하고 질문하느냐에 따라 챗GPT는 완전히 다른 페르소나가 되어버린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서비스들이 더 이상 획일화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가전박람회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사용자 경험을 모두에게 일깨우는 수단으로 뷰티테크 회사 로레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고정관념을 깨고 예상치 못한 회사를 선보이는 가전박람회의 주관자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CTA)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