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텍사스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South by Southwest)라는 행사가 있다.
이름이 그리 직관적이진 않지만 매년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술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행사다. 케이팝을 비롯한 세계 최대의 콘텐츠 축제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개인적으로 주목이 간 곳은 바로 '디즈니'였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피터 팬의 요정 팅커벨이 생성 AI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과 같이 램프 안에서 팅커벨은 홀로그램으로 멋지게 등장했다.
디즈니의 팅커벨이 생성 AI로 다시 태어나다 [사진 출처: 디즈니 파크]
이 날 무대에서 사회자의 즉각적인 질문에도 팅커벨은 바로 알아듣고 대답을 척척 해냈다.
물론 대답에 걸맞은 제스처를 취하면서 말이다.
무미건조한 컴퓨터의 대답이 아니라 팅커벨의 성격이 스며들어 있는 점이 놀라웠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인간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시키고 그에 걸맞은 대답을 생성해 내야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디레이가 생긴다면 대화는 매우 어색하게 흘러갈 것이다.
물론 팅커벨과 사회자의 오디오가 중간중간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순조로운 대화를 진행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살아있는 팅커벨은 어린아이들 시선에서는 어떻게 다가올까?
내가 어릴 적 기억하는 팅커벨과의 교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관람을 통해서였다.
이제 아이들에게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자기 방에 살아 움직이는 팅커벨 램프를 놓을 수 있게 된다.
디즈니는 그들의 컨텐츠에 왜 이러한 AI의 접목을 기획했을까?
기존의 디즈니의 캐릭터의 소통방식은 일방적 방향이었다.
애니메이션이든 뮤지컬이든 우리는 팅커벨의 대사와 제스처를 수동적으로 바라보며 환호했다.
이제는 디즈니의 팬들은 능동적 참여자가 된다.
팅커벨에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이러한 고도화된 상호작용과 교감을 통해 디즈니는 그들의 추억의 캐릭터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다.
챗GPT로 생성 AI가 붐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디즈니의 사례는 생성 AI가 어떻게 엔터테인먼트에 폭발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줬다. 그들은 이 아이디어를 기획한 순간부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매우 빠르게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AI 팅커벨의 아쉬운 점은 없을까?
이 재미난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물리적인 상호작용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쓴 글들도 보였다.
팅커벨이 홀로그램으로 상호작용을 하지만 팅커벨의 손을 잡거나 껴안거나 하는 물리적 교감을 할 순 없다.
실제 캐릭터의 탈을 쓴 인형이나 캐릭터 분장을 한 배우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큰돈을 들여 디즈니랜드를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다.
나 역시 어렸을 적 자연농원에서 베트맨이 나와 사진을 찍어준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는 정말 그분이 베트맨인 줄 알았다. 잊지 못할 추억이다.
하지만 AI 팅커벨이 기존의 디즈니랜드 문화를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라 본다.
오히려 하나의 더 새로운 놀이방식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세계관을 '강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곧 우리 집 한켠에도 살아있는 팅커벨이 놓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