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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열줄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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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네 Dec 23. 2022

열 줄 단편(반 평의 삶)

잘 잤어요 사랑하는 언니?


매일 이른 시간에 일어나 씻는 둥 마는 둥, 먹는 둥 마는 둥, 입는 듯 마는 둥 하며 '서울'이라는 곳에 갈 준비를 하는 언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저마저 초조하고 다급해져 자그마한 제 방 안에서 안절부절못하곤 한답니다.


언니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서울이란 곳에 언젠가 저를 데려가 주시겠죠?


그곳에서는 언니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언니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안돼!!'라며 비명을 지르며 헐레벌떡 옷을 갈아입곤 며칠 전에 산 식어빠진 샌드위치 하나를 입에 문채 문밖으로 사라졌어요.


저는 언니가 팬티만 입고 길거리에 나설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다행이에요.


아! 언니가 급하게 출근하는 바람에 제 방문을 열어주는 것을 깜박했나 봐요.


쇠창살을 박박 긁으며 아무리 낑낑 울어대도 긴 다리로 겅중겅중 뛰는 언니는 벌써 서울로 떠났는지 굳게 닫힌 대문이 꿈쩍도 하지 않아요.


별 수 없이 저는 반 평짜리 방에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 귀를 쫑긋 세운체, 언니가 늦은 밤 대문을 열고 나타날 때까지 꿈나라로 떠나기로 했답니다.


그곳에서는 꿈에서 깰 때까지 언제까지고 사랑하는 언니와 놀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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