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퇴사했어.
집에서는 거의 내놓은 자식이 됐고.
회사에 다닐 때는 부모님과 관계가 좋았던 것을 돌이켜보면,
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때여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딸이었나봐.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겠지?
흠...근데 언제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었을까?
연세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막 취업했을 때. 이 두 번 빼고는 부모님이 (사랑해주지 않을까봐)두렵지 않던 때가 없었네.
어렸을 때부터 내가 가장 원한 것은 가족의 절대적인 사랑이었던 것 같아.
인생의 여러 고비로 오랫동안 상담을 받았는데 결국에는 가족에 대한 것으로 흘러가더라.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부모님이 그리운 애새끼 한명이 내 안에 있는거야. 사랑이라는 건 슬프지만 내가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없더라. 그래서 가족을 그리도 원하면서도 결혼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어. 나 같은 사람이 가족을 만들면 상처만 줄 것 같았거든. 존재 자체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니까. 내 안에 사랑이 없다면 타인에게도 사랑을 줄 수 없을 거니까.
나도 좋은 부모님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자꾸 떠오르는 걸 막을 수 없어.
내가 뭘 말할 때마다 화내기만 하지 않고, 열심히 해온 날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님이면 되는데...
이런 밤이면 겨울왕국의 엘사가 생각나.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d to be.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하다가 자기만의 왕국으로 도망가버리잖아.
나도 도망치고 싶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그냥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