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1. 니체의 자아

깨진 거울의 조각들

by 박종민

나는 나를 증오했다.
그러나 그 증오는 나를 쓰러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끝내 나를 지탱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나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래서 세상을 대신 감당하려 했다.
사람들이 바라는 나의 모습을 익히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 익숙함은 내게 오래도록 피로와 혐오로 돌아왔다.
나는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을 연기했고,

연기를 반복할수록 내 안에서 ‘진짜 나’라고 불리던 어떤 잔해가 서서히 부패하기 시작했다.

거울이 처음 깨진 건 오래전의 일이다.
다만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인지했을 뿐이다.
어느 날 아침, 문득 나는 내 시선이 어디에도 정박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것이 균열져 있었고, 그 균열은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혼란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나를 의심했다.
나를 바라보는 내가,
정말 나인가?

나는 나를 다시 세우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나를 다시 선언하기로 했다.
의심과 흔들림 속에서 탄생한 결심이었다.

그 첫 문장은 이랬다.
“신은 죽었다.”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안의 신도, 도덕도, 타인의 눈도
이제는 더 이상 나를 구속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움직이는가?

나는 나의 유약함을 오래도록 감추었다.
나는 그것을 선함이라 불렀고, 인내라 불렀고, 배려라 불렀지만,
그 실체는 타인에 대한 공포였다.
타인의 판단, 실망, 혐오, 조롱,
나는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고,
그 작아짐은 겸손, 배려, 친절, 성숙함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나의 공포는 나였다.
나를 해체하지 않으면, 나는 다시 연기를 시작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나를 미뤄두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말한다.
“너무 무거운 자의식은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나는 대답한다.
“그 고통이야말로 나를 나로 만들었다.”
나는 내가 감당해야 할 삶을
더 이상 타인에게 대리로 맡기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계속 나를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단이 아니라 책임으로.
나의 나약함을 조롱하지 않고,
나의 무지를 비난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견디는 방식으로 나를 살아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신을 기다리지 않는다.
내가 살아야 한다면,
그 이유를 남이 아닌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나는 약자에게 구원을 말하지 않는다.
구원이란 단어는 약자의 언어에서만 태어난다.
나는 그저 말한다.
“운명을 사랑하라.”
내가 선택하지 않은 모든 것을,
내가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다시 살아야만 한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완성은 정지다.
나는 유예된 문장이다.
나의 문장은 매일 다시 씌어진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부정하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 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너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는 순간,
나는 내가 아닌 것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거울을 깼다.
아니, 거울이 나를 깼다.
이제 나는 파편으로 살아간다.
나는 더 이상 단일한 존재가 아니다.
나는 각기 다른 철학, 각기 다른 고통, 각기 다른 침묵으로 이루어진
내 안의 군중(群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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