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글을 쓰다 형광등 한쪽, 저 혼자 숨을 멎었다.
절반의 밝기로는 온전한 마음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오늘 아침 환한 웃음의 효성할인마트 주인은
폐형광등을 주민센터에 버리라 하셨다.
주민센터, 빛 잃은 것들의 자리.
폐형광등, 뜯긴 약봉지들이
버릴 폐(廢)자를 훈장처럼 달고 즐비하였다.
나는 문득, 정년퇴임하던 날을 생각했다.
심장의 불이 꺼진 듯, 삶의 한쪽이 뚝 끊어진 듯
나도 이제 폐인인가 싶었다.
낡은 등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 보니
다시 온전한 내가 되었다.
환한 빛 아래, 온전한 정신으로
나는 이제 폐(廢)자 훈장을 달지 않은
나만의 글을 쓴다.
주민센터의 도움 따위는 이제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