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그대는
모든 것의 이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는 기초
홀로 두면 다만 고독한 정의이거나, 고립, 그 자체이거나
아무런 맥락도 없는 사전의 한 페이지
주어로서 묵묵히 문장의 무게를 감당하는 주춧돌 같은 존재
동사, 그대는.
명사에게 부여되는 숨이자, 흐름
‘사랑하다’, ‘다가가다’, ‘움직이다’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변화를 유발하는 격렬한 행위
명사가 머무르는 모든 공간과 시간에 깊이 개입하여
멈춰 선 그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역동적인 에너지
형용사, 그대는
명사의 표면에 입혀지는 색이자 온도
‘따뜻한' 의미, '깊은’ 감동, ‘섬세한’ 결
‘차가운’ 사실을 ‘따뜻한’ 진실로,
‘슬픈’ 기억을 ‘영원한’ 가치로 변모시키며
존재의 가치를 무한히 증폭시키는 수식의 빛
사랑은 명사라는 정체성에 행동이라는 동사를 더하고
그 결과에 느낌이라는 형용사를 곱하여 완성되는
세상에서 가장 간결하고 완벽한 문장
명사의 선택을 받아 비로소 완성되는
두 품사의 필연적 삼각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