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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보다 먼저 취하기 없기

by 서완석

오전 12시 52분.
전화기가 울리고 ‘이준학’이라 쓰여 있다.
이놈이 이 시간에 웬일일까.


“준학이 목소리가 아닌데?”
“네, 맞습니다. 저 학입니다.”
“정 학이?”
“어디냐?”
“월곡역 5번 출구에 있는 ‘아싸 족발집’입니다.”


칼바람이 부는 길바닥에
학이가 엎드려 넙죽 절을 한다.
“미친 놈, 이게 무슨 짓이냐?”


“술잔은 세 번 이상 나눠 마시거라.”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선생님이 따라 주신 술잔 받고 싶습니다.”
“세 번 이상 나눠 마시랬잖니.”


학이가 취해서 준학이 머리를 자꾸 툭툭 친다.
덩치 큰 준학이 어퍼컷이 걱정이다.
민요대상 받은 딸내미 자랑할 때는 멀쩡했는데.


준학이가 학이를 데리고 나간다.
불안하다.
잠시 후, 준학이가 돌아와 말한다.
“선생님, 학이가 취해서 먼저 보냈습니다.”


제자가 선생보다 먼저 취하면,
취한 선생은 누가 택시 잡아주나.


이놈들아! 이제 전화하지 마라.
네놈들이 부른다고 내가 다시 나갈 것 같으냐?


그나저나 학이와 준학이는
지금쯤 술이 깼을까?
대낮에 전화하면,
다시 나갈 마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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