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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40

by 서완석

컨테이너 부두의 '컨부두'가 오타 한 방에 '컨두부'가 되어

'큰 두부'를 실은 배가 되어 정체를 잃고 떠난다.

'고향의 맛 다시다'에서 '다' 한 글자가 빠져 시큼한 고향이 되고

'ㅇ' 하나가 숨어버리면 물건은 엉뚱하게 차고로 간다.

젊은 날, 여인이 남긴 편지 끝의 '末安합니다.'라는 어색한 한자처럼

진심은 그렇게 쉽게 길을 잃는다.


멈춰 서서 첫숨을 고르고 문장을 다시 바라보는 일.

그것이 퇴고다.

두 번째 숨결이 닿을 때 비로소 말의 결이 바로 서고

내가 쓴 글이 비로소 내 마음이 된다.


오타는 다시 적을 틈을 남기고

흠집난 문장은 내 안의 가장 낮은 골짜기까지

숨을 데리고 내려간다.


두 번 보고 세 번 보면
가려져 있던 진심이
물가에 비친 그림자처럼 떠오르고,


그 진심이 맑아질 때,
타인의 마음은

조용히 내 쪽으로 기울어
빛 한 칸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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