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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by 서완석

문풍지 파르르 울고
밤새 내린 눈은 마루 밑까지 밀고 들어와

세수하러 나가기 싫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여섯 개의 어린 발.


엄마가 땅속 깊이 묻어 두었던
붉은 마음 한 조각 꺼내
양푼에 담아둔 김치 한 포기,


엄마가 하얀 마음으로 씻어 말려
양재기 속에 가지런히 넣어둔
조기 서너 마리.


밥물이 퍼르르 끓어오를 때
가마솥에 함께 넣어주면


배고파 숨넘어가는 삼 남매가
이불 뒤집어쓰고 눈빛으로 웃으며

환장하던 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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