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겨울밤
서숙밥 몇 덩어리는
기어코 아침으로 남겨두고
엄마가 가마솥 귀퉁이에서
꺼내 온 고구마 세 개
아랫목은 아프리카
윗목은 시베리아
이불 둘러쓰고 앉은 삼 남매
엄마가 눈 덮인 장독 뚜껑 열어
꺼내 온 싱건지 한 대접에는 살얼음이
냉큼 앉았고,
뻐얼건 배추김치 한 양푼에 주책없는
목젖은 왜 그리 깔딱거리던지
껍질 벗긴 고구마 위에
배추김치 쭈욱 찢어 올려
한입 베어 물고
싱건지 국물 들이켜면
속이 쩡했다가 이내 따뜻해지던 그날 밤
그 고구마, 그 싱건지, 그 김치,
배고파 엄마 얼굴만 바라보던
그 겨울밤
주1: '서숙밥'은 맨 좁쌀만으로 짓거나, 입쌀(백미)에 좁쌀을 많이 섞어 만든 밥을 뜻한다.그리고 좁쌀은 '조'의 껍질을 벗긴 낟알이다.
한반도 남부 방언에서 '서숙'은 조(foxtail millet)를 지칭하며, 서속(黍粟)의 변형으로 기장과 조를 함께 부르는 말에서 유래했다.
주2: '싱건지'는 동치미의 전라도 방언으로 '싱거운 지'를 빨리 발음하면 나오는 소리이며, '지'는 김치를 의미하니 소금물에 무를 삼삼하게 담가 만든 '싱거운 물김치'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오목교를 기다리시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몇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이제 '오목교는' 안 쓰는 거냐구요.
정신 바짝 차리고 써야 하는 글인데 제가 시험 채점이 좀 느리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