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어귀, 누군가 툭 치고 지나가는 종이 박스 하나
비틀거리는 꼴이 꼭 누군가의 허기진 허리 같다.
누구는 너를 쓰레기라 부르지만 어떤 이에겐 생을 잇는 밥줄이다,
오늘 택배로 온 너를 나는 고이 모신다.
내일 아침,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대문 앞
누구는 녹슨 리어카로, 누구는 느린 유모차로,
누구는 삐걱이는 자전거로 달려와
누구한테 뺏길 새라 너를 거두어 비칠거리며 걸어갈 것이다.
재활용 센터에서 열 개를 내밀어도
손바닥에 남는 건 동전 몇 개.
백 개를 쌓아 올려도 오천 원 한 장 받으려나.
미아사거리역 소문난순대국집 국밥 한 그릇은 만 원인데, 하월곡동 순창집 순댓국 한 그릇은 팔천 원이다.
오천 원으로 감자 몇 알, 호박 하나 사서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이면 되겠다.
한 끼는 넉넉히 먹겠다.
골목골목 눈 부릅뜨고 걷다 퉁퉁 부은 마음 된장찌개는 달래주려나.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하늘이 부르는 날도 있겠지.
그러면 무거운 박스 더미 내팽개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복 받았다 소리치며 얼른 달려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