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의 점심 한끼

by 서완석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일이니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3년부터 2년 간 성남시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일했던 전력 때문인지 어느 날 서울구치소에서 징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줄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왔다. 그러겠다고 해 놓고 서울구치소의 위치를 검색해보니 서울 시내가 아닌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사는 길음동에서는 상당히 먼 거리이다.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전철로 1시간, 그리고 인덕원역에 하차한 후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몇 정류장을 더 가야 하니 집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는 어림잡아 1시간 40여 분이 걸린다. 징벌위원회가 열리는 오전 10시에 도착하려면 넉넉하게 아침 7시 20분에는 출발해야 안심할 수 있다. 몇 년 전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자가용을 이용해 출발했다가 갑자기 내린 폭설 때문에 꼼짝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가능하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출근 시간이라 항상 사람들 틈에 끼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가면서 혹시 단전사고나 전동차 고장 등으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구치소는 형이 확정되기 전의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고 교도소는 형이 확정된 수형자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차이가 있다. 다만 형이 확정되었음에도 비교적 죄가 가벼워 출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판결이 선고된 후 몇 달 후에 형기가 끝나는 경우 등에는 기결수도 구치소에 머무는 예외가 있다. 구치소 징벌위원회는 구치소 안에서도 사고를 저지르는 수용자들에게 행정벌인 징벌을 부과하게 되는데, 징벌의 종류는 다양하고 징벌을 받는 경우 수용자에게는 면회나 가석방이 제한되는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이 주어지게 된다. 솔직히 법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징벌위원회 위원으로 일하기 전의 구치소나 교도소에 대한 나의 인식은 뿔 달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6년여의 활동을 통해 나는 교도소 역시 나와 같은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출근 시간에 전철 속에서 부대끼며 가는 것도 내 수양의 일환이고, 끝없는 심리적 자기 경계를 통해 나를 지키되 상대를 배려하는 건강한 경계선을 지켜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징벌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 중 대부분은 ‘입실 거부’ 또는 같이 수용되어 있는 자들과의 불화로 인한 것들이다. 우리는 관계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고, 수형자 대부분은 그러한 관계 기반 사회의 부적응자들인데, 독거실이 혼거실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현실에서 그들을 혼거실에 같이 있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선진 외국의 경우에는 독거실이 혼거실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이는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자들이나 정치인들이 특별히 유념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독거실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징벌위원회에 회부되는 사람들의 숫자도 급감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자신의 인권만을 강조하는 수용자들을 볼 때는 정말 미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교도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특히 타인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히고 사기를 치거나 보이스 피싱 등을 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들 또는 자기에게만 부패한 빵을 준다고 우기는 정신이상자 등이 이 사회에 무방비로 놓여질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메타버스 등의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이들이 출소 후 사회에서 직면하게 될 상황을 프로그램화함으로써 그들의 행동을 관리하거나 소통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재활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람들은 잘못을 저질러 감옥에 갈 때, 콩밥 먹으러 간다고 표현한다. 이는 일제 강점기 때 쌀 10%, 콩 40%, 좁쌀 50%로 지은 밥을 제공한다고 하면서 쌀은 거의 없고 콩과 좁쌀로만 지은 밥을 제공한 형무소 식단표에서 유래했다는데, 쌀에 콩이 드문드문 들어 있다면 맛이 있겠지만 콩이 40%를 넘고 그것도 매일 먹어야 한다면 얼마나 지겨웠을까. 징벌위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후 구치소 측에서 교도행정을 이해시켜 준다면서 미결수와 기결수의 감방 등 다양한 시설을 구경시켜 준 후 식당에서 점심을 제공한 일이 있었다. 물론 직원들 식당이라서 수용자들의 식사와는 조금 다르지만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데 얼마 전 복지과장과 민원과장께서 또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셔서 점심값을 내가 낼 요량으로 따라갔다. 그러나 최광호 복지과장님이 굳이 점심값을 내시는 바람에 두 번이나 공짜로 식사를 했다. 단가 4,330원 원의 식사라는데 찜닭이나 쪽갈비 등에 딸려 나오는 반찬이나 국이 황제의 식사와 다를 바 없어 구치소 밖 식당의 1만 1천 원짜리 해장국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수용자들이 먹는 식사도 언젠가 같이 먹어보자 하시는데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한다. 최근 ‘또래 살해’로 구치소에 입소한 어떤 수용자의 식단에 대하여 공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니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그러나 공분하는 자들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수용자의 식사가 반드시 일반인들의 식사와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정시설은 단순히 범죄인을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복지과장님은 “적은 비용으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조리원 여사님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고, 매일 수용자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 교도관들에게 점심시간은 유일한 낙입니다.”라고 하셨다.

징벌위원회에 참석할 때마다 가능한 수용자들의 입장에 서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나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언제나 부족함을 느낀다. 크게 보면 이웃들과의 불화로 수용된 자들이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이 사회에 복귀하여 이웃과 화합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특히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이나 젊은 수용자들에게는 더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고 싶어지고 진실한 대화를 같이 나눠보고 싶은 생각을 자주 한다. 그날 서울구치소를 다녀오는 전철 안에서도 다리를 더 오므리고 걸려오는 전화에는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자로 대신하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이글은 법률신문 2023년 7월 3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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