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cua

by 서완석

비워진 자리마다 내 그림자가 선다


사랑이 빠져나간 구멍

믿음이 사라진 틈

언어가 닿지 않는 자리

모든 의미를 집어삼키는 자리

철학자들이 두려워했던 자리


그러나

그곳은

단순한 결핍이나 허무가 아니라

새로운 의미와 존재의 숨구멍

아직 오지 않은 세계의 초대장


나는

속에서

흔들리고, 허무를 느끼며, 쓰러지기도 하지만

다시 공허 속에서 바람이 자란 나무가 되고

부재 속에서 별빛을 품는 어둠이 된다.


(주)현재 유럽여행중인 후배 김형균 군이 보내 준 사진인데, 아테네의 남산에서 바라본 석양과 아크로폴리스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석양은 지는 게 아니라 내일 다시 떠오르려고 바닷물에 풍덩 씻으러 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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