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나

by 서완석

어젯밤 살짝 기분이 상해

단골집에 홀로 앉아

생맥주 마시는데

옆에 앉은 두 아저씨 매우 시끄럽다


"사장님 강릉에 비가 온다잖아요?"

"그래,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니 비가 오잖아요"

"야 이 사람아! 비하고 정치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

"이번에 60밀리 내릴 거라는데,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하면 150밀리 내릴 거예요"

"허! 이것 참, 자네 취한 것 같아?"

"무슨 말씀이세요? 저 하나도 안 취했어요"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내가 듣기에

그는 취했다


들으려고 들은 게 아니다

그들이 옆자리의 나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건 것이다


비와 나는 아무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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