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2016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졸업식 축사

by 서완석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축하합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학부모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 앉아 계신 학부모님들께서는 286컴퓨터가 등장했던 당시를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당시에 모든 출판물은 식자공이 납으로 만들어진 활자를 찾아 틀에 집어넣고 거기에 잉크를 발라 찍어내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크기의 컴퓨터가 등장해서 그러한 인쇄를 대신할 것이라고 말해줘도 실감이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상대편의 얼굴을 보며 전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자주 끊어지는 시티폰이라는 무선전화가 등장했을 때 제일 먼저 구입을 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버려야 했고, 전화기 화면을 터치했을 때 화면이 넘어가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스마트 시계, 안경형 구글 글래스, 퓨얼밴드라는 만보계 팔찌, 등등 몸에 입고, 쓰고, 신는 웨어러블 기기가 포스트 스마트폰의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이제 손에 쥐고 다니다가 잃어버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10여 년 전에 몸에 붙는 센서로서 실시간으로 생리적, 심리적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이 있었더라면 고 임수혁 선수가 경기 도중 심장부정맥으로 쓰러지는 안타까움을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또 3월 9일부터는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대국을 갖기로 되어 있는데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기기 위해 자지도 먹지도 않고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습격으로 향후 5년 안에 세계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대단히 무서운 일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는 자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웨어러블과 인공지능 시대에는 다양한 기업 간의 합종연횡이 필요할 것이고, 가볍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로운 사상이 싹트고 새로운 산업구조가 탄생할 것입니다.


이처럼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 등의 선사시대,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까지의 흐름을 볼 때, 시대마다 그 시대적 상황에 따라 시대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서로 다른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그 모든 시대 모두에 적용되는 공통적인 요인은 기술의 발전과 당시 그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적극적인 의지와 열정, 즉 성취욕이었습니다. 대부분 아날로그적 삶을 살아 온 학부모님들께서는 디지털 기술혁신의 흐름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것이지만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술이 체화되어 있는 졸업생 여러분에게는 컴퓨터, 스마트 폰, 태블릿 PC, 인터넷 등과 같은 Digital Native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러한 기술혁신의 흐름 속에서 여러분의 모든 일상생활은 인터넷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현실에서 여러분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킹덤의 일원으로 살아가든지, 아니면 선사시대와 같은 극단적인 폐쇄형의 삶을 살아가든지,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적인 형태의 삶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선진국은 수백 년에 걸쳐 경제적인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탄탄한 기술력과 학부모 여러분과 같은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 여러분 그리고 졸업생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획기적으로 발전한 디지털 기술이나 스마트 관련 제품들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행복하게 해주었습니까? 혹시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기술이 엄청난 부와 권력을 창출하고 있는 소수집단에게만 이로운 것은 아닐까요? 그들만을 위한 인터넷 킹덤은 아닐까요? 왜 기술은 진보하는데 전 세계 인구 중 행복한 사람, 성공한 사람의 비율은 증가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제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이성과 감성, 기계와 대립되는 인간존재와 같은 데카르트식 이분법적 사고로는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테크놀로지에서는 스티브잡스로 대표되는 인간친화적인 디지털문화가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인공물 상호작용이라는 테크놀로지관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MIT대학의 미디어랩의 중심연구자였던 로드니 브룩스교수는 인공지능, 로봇 등을 연구하던 중에, 과거의 데카르트식 고전적 인지과학의 인공지능이나 로봇시스템 이론으로는 제대로 된 인공지능시스템이나 로봇을 만들 수 없음을 절감하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들에 우리의 몸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내장된 프로그램과 밀접하게 연결된 새로운 개념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히 역설한 바 있습니다. 즉 마음은 몸과 환경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정책도 인문사회과학을 홀대하는 쪽으로 나아가서는 절대 안 됩니다. 기술은 수단 즉 ‘HOW’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WHY’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현대화되더라도 인간은 끊임없이 근원적인 답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결국 행복은 나 속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의 시선보다 여러분이 가장 잘하는 것,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요?


장담하건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법학은 죽지 않을 것입니다. 단적으로 인공지능이 끼칠지 모르는 잠재적 해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법학은 존재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공학의 영역인 동시에 철학의 대상이며 뇌과학이 긴밀하게 관여하면 법학은 경계의 눈초리를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랜들 콜린스 펜실베니아대 교수가 말한 것처럼 프랑켄슈타인 로봇들의 반란이 아니라 로봇을 소유한 극소수 자본가 계급을 위한 노동의 기술적 대체이고 영화로 말하자면 인류의 실존을 걸고 싸우는 터미네이터 보다 기존의 가치를 재검토하고 조정해야 하는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그녀(her)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문제가 더 중요할 것이고 시스템을 연구하는 법학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저는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했습니다. 이 세상을 위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장 즐거운 일, 내가 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했고 그래서 가르치는 일을 선택했습니다. 세상 사람이 모두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일까요? 최근 TV에서 셰프라는 직업이 매우 인기 있는 직업으로 등장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을까요? 이제 인기 있는 연예인보다 더 웃기는 일반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 소위 ‘응팔’의 출연진들이 모두 유명한 배우들은 아니었지 않습니까? 남들보다 가난하다고, 남들보다 잘나지 못했다고, 지금 당장 취업을 하지 못했다고 문 닫아 걸어놓고 푸념만 하면서, 세상이 내편이 아니라고, 하느님은 빅엿이나 먹으라며 울고 계시렵니까? 류준열이가 덕선이와 결혼하지 못했다고 어쩌면 내 처지와 똑같다며 소주마시며 계속 우시렵니까? 조금 늦는다고 성공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여러분을 인재로 알아보는 회사가 있을 것이며, 여러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어디선가 나타날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다시 가천대학교 법과대학을 찾아오시면 우리 교수들은 성심을 다해 애프터서비스를 할 것입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굳이 찾아오지 말고 전화 한통 해주십시오. 여러분을 자랑스러운 가천인의 명단에 올려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2월 24일

가천대학교 법과대학장 서 완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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