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3

2014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졸업식 축사

by 서완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방금 우리 총장님께서 여러분의 졸업식을 맞이하여 주시는 말씀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법과대학 학장으로서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번의 졸업식을 가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제 졸업식에 대한 추억은 대부분 매우 쓸쓸했습니다. 가족들이 와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탓에 너무나 가난했던 우리 가계를 이끌어 가기 위해 생업에 바쁘셨던 어머니께서 제 졸업식에 참석하실 수 없고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하며 공부한 탓에 멀리 떨어진 가족들이 졸업식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졸업을 하던 날도 저는 혼자였습니다. 아마 제가 박사학위를 받던 날 제 어머니가 최초로 제 졸업식에 참석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남들에 비해 뛰어난 재능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은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다만 꿈은 대학 강단에 서는 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를 가르치는 일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쳐 제 나이 마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매우 행복합니다.


실패를 할 때마다 그 엄청난 상실감에 방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실패의 과정은 저를 매우 겸손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주저앉지 않는 강인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뛰어난 재능은 가졌는데 매우 오만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은 그리 성공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인생의 성공여부는 그 사람의 마지막 삶까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합니다. 남들이 말하는 소위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은 그리고 졸업했다는 것은 일시적인 성공은 될지언정 인생 전체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항상 행복하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 경험상 인생은 웃고 싶을 때보다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위험이 닥쳐왔을 때 그 위험에 슬기롭게 대처하여 이겨내는 지혜가 더 필요할 것입니다. 실패가 적은 사람은 위기가 닥쳐왔을 때 허둥대다가 파멸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혁신은 어느 날 어느 사람의 머리속에서 반짝거리며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실패의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어느 길로 나아가든지 여러분의 긴 인생에서 가천대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체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는 시련에 부닥쳤을 때 가천대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힌트는 반드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대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실전에 임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것보다 조금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랬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를 가르쳐 주었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양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의 경계는 매우 모호합니다. 곤궁한 상황에서 잠시만 냉정해지면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반드시 여러분에게 반짝거리는 길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제 경험상 어렵고 힘들 때마다 나를 지탱해준 것은 선생님들의 주옥같았던 말씀 한 마디였으며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의 글귀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천대학교의 법과대학은 여러분에게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왔다고 자부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최소한 51%의 선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이 세상은 유지되는 법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 최소한 51%에 속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균형감각과 지혜와 용기를 가지십시오. 또한 이념의 늪에 빠져 절반의 사람들을 미워하지 마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똘레랑스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법학이라는 사회과학은 절대적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 전체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그 시대가 요구하는 상황을 외면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어제 저는 우리 신입생들의 입학식에서 우리 재학생들이 입은 과점퍼에 ‘온률(溫律)’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는 것을 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법은 전제군주의 자유재량권으로부터 소외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현하였음을 명심하십시오. 여러분은 가천대학교에서 ‘차디 찬 법’이 아닌 ‘따뜻한 법’을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여러분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생하신 부모님들과 형제자매들의 노고에 감사하십시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건강해야 남들의 아픔에 눈감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2월 25일

가천대학교 법과대학장 서 완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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