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이길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구차해지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는 것일까? 돈에 대한 누군가의 날것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돈을 쓸 때보다는 그 돈이 자신의 손안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태도가 바뀌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돈을 쓸 때에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이미지 그런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기 때문에 "내가 쏠게!" 하게 되기도 하지만, 재산처럼 이미 내 손안에 들어온 돈에 대해서는 갑자기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내가 쏜다! 하는 등의 행동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또한 내 돈을 쓰는 거니까..)
예를 들면 나의 일화인데, 대학 동기들과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세 명이 참여하던 중 리더인 언니의 공이 가장 크다고 판단이 되었고, 사실상 수상 가능성도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 상금 타면 언니가 다 가져야 하는 거 아냐?"라고 내가 말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진짜로 1등을 해서 상금을 타버렸다. 실제로 언니의 공을 인정해서 상금 배분 비율을 다르게 하긴 했지만, 이미 꺼낸 말을 주워 담을 수가 없으니 어딘가모르게 찝찝했다. 막상 돈이 내 수중으로 들어오니 마음이 확 달라지는 걸 느끼게 되었고,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프렌즈에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담은 에피소드가 있어서 공유해보려고 한다. 요약하자면, 조이가 돈 때문에 모니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야기이다. 모니카는 한 레스토랑의 셰프로 일하고 있지만 부하직원들의 미움을 잔뜩 사고 있어서 왕따와 괴롭힘으로 너무나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챈들러가 "직원들을 해고해 버려, 네가 보스인데 뭐가 문제야!"라고 했더니 모니카는 "나 그런 거 못하는 거 알잖아.."라고 말한다. 모니카는 마음이 여려서 해고할 용기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챈들러는 해고를 하기 위한 사람을 고용해서 해고하는 척 쇼를 해보라고 제안한다. 마침 조이가 백수였어서 흔쾌히 조이가 이러한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모니카가 조이를 레스토랑의 직원으로 고용하여 진행하는 '조이 해고 쇼'의 플랜은, 이제 모니카가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면 조이가 불만을 제기하면서 해고당하는 그런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이 해고 쇼'를 위한 빌드업 중, 조이는 레스토랑에서 일당을 받게 되고 그 돈은 백수였던 조이에게는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모니카에게 조이가 해고당해야 하는데 조이가 해고당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면서 모니카를 배신하고 급 딴청을 부린다. 모니카가 왜 계획대로 안 하냐고 조이를 나무라자, 조이는 "월세랑 관리비도 내고 해야 하는데, 막상 내 손에 돈이 들어오니까 못했어ㅜㅠ 미안해. 내가 여기에서 사람들이랑 잘 친해진 다음에 너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꺼내볼게!"라고 말한다.
그렇게 며칠 뒤, 부하직원들의 모니카를 향한 괴롭힘은 계속되었고 이번엔 모니카를 냉동창고에 가두는 아주 심한 수준의 장난을 쳤다. 그렇게 모니카가 당하는 모습을 보자 조이는 정말로 화가 나서 자신이 모니카와 계획했던 대로 다시 "조이 해고 쇼"를 진행하기로 결심한다. 이 상황을 간략하게 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Monica : 나는 좋은 사람이고, 훌륭한 셰프인데 왜 냉동창고에 갇혀서 소스나 뒤집어써야 하죠? 다들 내가 그만둬야 직성이 풀린다면.....!
Joey : 이봐요 셰프! 전에 늘어놓은 연설 말인데요, 난 불만이 있네요! 그날엔 제대로 안 들었거든요.
Monica : 불만이 있으면 불 질러 줄게요!
Joey : 어쩌시려고요~? 날 자르기라도 하게요?
Monica : 그 목을 댕강 잘라주죠. 내 주방에서 당장 나가요!
(나머지 부하직원들이 벌벌 떤다)
이 사건 이후로 이제 모니카가 직장 내에서 괴롭힘 당하는 일은 사라졌다. 사실 진작 조이가 해고 쇼를 계획대로 이행해 주었더라면 모니카가 냉동창고에 갇히고 소스를 뒤덮는 일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조이는 최종적으로 자신의 금전적 갈등에도 친구를 위하는 선택을 하여 해피엔딩을 그려주었다.
돈이 내 수중에 들어왔을 때 욕심이 나고 흔들릴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우리가 백만장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일 것 같다. 조이가 괴롭힘 당하는 친구의 상황을 갑자기 모른척하고 싶어 졌던 것처럼, 내가 막상 상금을 받으니 내 몫을 챙기고 싶어졌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흔들림 뒤에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반성의 감정이 없다면 안될 것이다. 반성이 없다는 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뜻이고 뻔뻔한 돈의 노예로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타산지석 삼기를 바라고, 나 자신이 그러한 사람은 아닌지 꼭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프렌즈의 오늘의 에피소드를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