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New Woman

내가 프렌즈에 빠지게 된 이유 - 시즌1 Ep5

by 말랑작가

캐나다 임상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통계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지능 차이는 없으나, 다만 여성이 남성보다 친화성이 조금 더 높다고 말이다. 친화성이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우호적이고 협동적인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통계적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면, 실제로 여성들이 친절하고 배려심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여성에게 친절함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타고난 성향인지 환경에 의해 변화한 건지 어느 하나로 결정 내리기엔 어렵지만, 분명한 건 두 가지의 영향을 모두 받아 친절한 여성들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친절함은 정말로 좋은 성향이지만, 경쟁 사회에서 나의 몫을 챙기고 발전적으로 나아가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주장을 펼치는 법, 이의를 제기하는 법, 공격하는 법 등 친화성의 반대급부에 있는 것들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아마도 프렌즈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레이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에피소드인데, 그녀는 본래 부잣집 딸내미에 쉽게 상처받고, 음식 컴플레인도 하지 못하며 툭하면 울어버리는 캐릭터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레이첼과 로스는 처음으로 함께 빨래방에 가는데 먼저 도착한 레이첼이 바구니를 올려두어 찜해둔 세탁기를 다른 사람이 바구니를 그냥 치워버리고 세탁기를 뺏어버린다. 친절한 레이첼은 그 사람에게 "저기요~ 그 세탁기는 제가 쓰려고 했는데요~"했더니 그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요, 거품이 없네요"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세탁기를 완전히 빼앗아버렸다. 그러자 레이첼은 기가 죽어서 세탁기를 빼앗기고 만다. 다행히도 그때 로스가 도착하고 따끔하게 한마디 해서 세탁기를 되찾아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레이첼은 자신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그냥 당하기만 했던 것이다.

세탁이 끝나고 카트를 챙겨 빨랫감을 실으려던 찰나에 또 그 세탁기를 빼앗았던 사람이 카트까지 빼앗으려 한다. 그때만큼은 레이첼도 강력하게 "이 카트를 가져가려면 나도 함께 가져가야 될걸요!!!!!" 하면서 카트 위에 올라타버린다. 로스는 그렇게 처음으로 강한 여자가 된 레이첼을 축하해 주며 "Band New Woman Everyone~!"이라고 하는데, 이는 '완전히 새로 태어난 여자'라는 뜻이다. 나쁘게 보면 드세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법한 상황에서 함께 축하해 주고 멋지다고 표현해 주는 로스를 보며 여성으로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금은 깨닫게 될 수 있었다.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친절하고 따뜻한 그런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내가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는 걸 여성스럽다고 좋게 포장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친화성, 친절함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것도 맞지만, 이 세상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회에서 독립적인 개체로서 살아가려면 우리에겐 공격성도 필요하다. 로스가 레이첼을 축하해 준 건, 어쩌면 진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축하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원래 타고나길 친화성이 높은 사람이라,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소리는 절대 못하고 늘 친절하려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이 글을 쓰며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레이첼처럼 Brand New Woman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친절하되 호구가 되지는 말자는 의미이다. 때로는 상대방이 나에게 불친절하게 대하고 있음에도, 바보처럼 친절하게 행동했던 경우도 참 많다. 화가 많이 났던 나의 일화를 한 가지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나 : 안녕하세요, 00 고등학교로 가주세요~!

택시기사님 : 어디요?

나 : 00 고등학교요!

택시기사님 : 거기가 어딘지 몰라요 내리세요.

나 : 네? 아마 내비게이션에 치면 나올 텐데요..!

택시기사님 : 아,,, (귀찮아하며 대충 내비게이션에 검색한다)


(풀네임을 안치고 약자로 치니까 결과가 안 나왔다 학교이름이 공개될까 봐 이야기는 안 하겠다)

택시기사님 : (짜증 섞인 말투로) 아, 안 나오잖아요

나 : 그럼 그냥 내릴게요.



내가 겪은 이 일화는 15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가달라고 했더니 너무 가까워서 승차거부 당한 사건이다.

택시기사님이 진짜로 그 고등학교가 어디 있는지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하는 게, 근거리였기 때문이다. 정말 몰랐다고 한들 그런 말투로 승객에게 내리라고 하면 안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냥 바보처럼 참았다. 물론,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마인드로 괜히 부딪히지 말고 그냥 피하자! 했던 것도 있지만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참 불합리한 상황에 내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일은 어려운 것 같다. 정말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어릴 때부터 또는 지금부터라도 당장 시작해서 우리 모두 조금 더 단단한 Brand new woman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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