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는1994-2004년에 미국에서 방영된 시트콤으로 아주 오래됐지만, 지금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여성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하던 세대에서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세대로 변화하는 과도기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 또한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는 한참 되긴 했지만, 내가 20대 후반이 된 지금 나의 부모님 세대는 여성들이 전업주부를 택하는 것이 대다수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프렌즈의 배경과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프렌즈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도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이를 다루는 에피소드들도 참 많은데, 우리나라는 최근에 페미니즘 양상이 보이기 시작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페미니즘 양상에는 여러 논란들이 참 많았는데, 미국에서도 동일하진 않았더라도 이런저런 논란들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지금 페미니즘을 다루려는 것은 아니고, 프렌즈에서 풀어내는 남녀 대결 구도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에게 이 에피소드는 분노, 싸움, 비난이 아닌 근본적인 남녀평등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제목부터가 재미있다. 풋볼에 목숨 건 남매다. 6명의 주인공들이 여느 날과 같이 다 함께 모니카의 집에 모여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데, 이날은 3대 3 혼성 풋볼게임을 하기로 한다. 생물학적으로 일반적인 여성은 남성보다 운동을 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스포츠는 남성의 경기가 더욱 주를 이루는 것도 우리는 모두 인정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프렌즈 주인공들의 능력치 순위를 간단히 매겨보면
남자는 [조이>>로스>챈들러]
여자는 [모니카>>피비>>레이첼] 이런 느낌이다.
챈들러는 남자이지만 약골로 알려져 있고 모니카는 승부욕이 대단해서 여자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늘 이긴다.
가위바위보로 팀원 선정을 했고 모니카가 이겨서 더욱 좋은 팀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니카&조이&피비 가 한 팀을 이루고 로스&챈들러&레이첼이 한 팀을 이뤘다.
첫 게임의 결과는 로스팀이 큰 점수 차로 졌고, 로스는 팀원이 좋지 않았다며 실력으로써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조이가 절대적으로 힘이 가장 좋기도 하고, 레이첼은 운동에 문외한이라 사실상 있으나마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모니카는 여자 대 남자로도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도발한다. 그렇게 조이와 레이첼을 교체하고 여자 대 남자 대결 구도가 시작된다.
모니카는 피비와 레이첼에게 "우린 세계 여자 대표로 싸우는 거다"라며 데이트했던 똥차남들을 생각해 보라고 그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하지만 피비는 현실적으로 남자 세명을 어떻게 이기냐고 말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마 피비와 같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서 재밌는 부분은 그녀들이 게임을 이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남자들의 약점을 노리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었다.
피비는 여자의 속옷을 보면 기겁하는 챈들러에게 노출을 감행하여 시선을 끌고 그사이에 공을 뺏었다.그리고 달려 나가는 조이에게는 세 명이 달라붙기 전법까지 사용하여 점수내기를 방해했다. 이 장면을 나쁘게 해석하면 정정당당하지 않게 승부를 보았다는 식으로 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이 장면을 여자가 남자보다 생물학적인 힘은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다른 측면의 에너지와 능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자가 이기는 결말로 가는 듯했으나 게임이 계속 진행됨에 따라, 남자들도 이러한 전략을 파악하고 대처하며 박빙의 승부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
공이 바닥에 떨어져 버렸고 그 공을 먼저 차지한 사람이 이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자 로스와 모니카는 몸을 던져 정확히 동시에 공을 잡았고 그렇게 게임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프렌즈 작가는 천재이리라, 결국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더 나아가서 승부욕이 엄청난 로스와 모니카는 끝까지 공을 놓지 않아서 해가 뉘엿뉘엿 져버리고 밤이 되는 우스운 결말로 끝이 난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가버렸지만 말이다.
이 장면의 대화 내용은 인용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로스와 모니카가 동시에 공으로 몸을 던져 잡았다.)
Ross : 이거 놔!!
Monica : 네가 놔!! 나는 작고 연약한 여자라고!
Ross :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
Chandler : 얘들아 오늘 추수감사절이잖아 누가 이기고 지는 게 뭐가 중요하니?
Monica & Ross : (무시)
~~~~~~~
(여전히 밖에 있는 로스와 모니카. 해가 져서 깜깜하다. )
Monica : 이거 놓으라고!!
Ross : 너나 놔!!
Monica : 싫어!!
Ross: 왜 맨날 우리만 공 붙잡고 이러고 있을까?
Monica : 몰라 남들은 별로 신경 안 쓰나 봐
Ross : 오... 눈 온다..!
Monica & Ross : 공 놔~~~~ 놓으라고~~~!!!!!!!!!
이렇게 끝까지 공을 놓지 않은 모니카와 로스는 사실상 쫄쫄 굶기만 했고, 결말은 무승부다.
재미있게 풀어낸 풋볼 대결이었을지라도 우리의 삶 속에 이 이야기를 엮어보면, 우리 또한 남녀 모두 같이 살아갈 존재이기에 싸워서 이겨봐야 아무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지만 위 문장은 싸움을 바보 같은 짓으로 폄하하는 발언은 아니다. 다들 저마다의 전략을 가지고 인생을 헤쳐나가야 하며, 상대방의 전략을 파악하고 방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다만 결과에 연연한 치졸한 싸움은 결국 나를 굶게 하고 병들게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